민주, 2차 입법 공세…지방선거까지 ‘내란 심판’ 노린다
21일 본회의에서 방송법·노란봉투법·상법 연속 처리
3대 특검 시한·대상 확대 검토 … ‘야당 심판’ 프레임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1일 열리는 8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법과 노란봉투법·상법 개정안 처리를 거듭 예고했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예고했지만 강제 종결 후 표결 처리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22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선출되지만 제1야당과의 ‘대립 관계’의 변화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오히려 현재 진행 중인 3대 특검(내란·김건희 채 상병) 수사 기한을 늘리고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내란심판 정국으로 끌고가려는 의지가 강하다.
◆범여권, 의석 앞세운 2차 입법 공세 = 21일부터 열리는 8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에서 ‘방송3법’ 중 남은 법안인 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이 순차적으로 처리될 예정이다.
방송문화진흥회(MBC) 이사 수를 9명에서 13명으로 늘리는 내용의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은 지난 5일 본회의 상정 후 필리버스터가 자동 종결된 사안으로 21일 본회의가 열리면 바로 표결에 들어갈 수 있다.
민주당은 방문진법 개정안 표결 이후 교육방송(EBS) 지배구조를 바꾸는 한국교육방송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상법 개정안 처리를 차례로 시도할 계획이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개념을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까지 확대한 게 골자다. 쟁의행위의 범위를 넓히고, 노조의 합법적 쟁의행위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상법 개정안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사가 집중투표제 실시를 정관으로 배제할 수 없도록 하고, 주주총회에서 다른 이사들과 분리 선출하는 감사위원 수를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앞서 여야가 지난달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하면서 추후 논의 대상으로 제외했던 내용이다.
국민의힘이 노란봉투법과 2차 상법 개정안 수정안을 제시한다면 협조하겠다고 제안했으나 민주당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7일 페이스북에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라며 “수정안은 본인들이 제출해야지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저 시간만 끌어보려는 꼼수 아닌가”라며 일축했었다. 문금주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17일 ‘국민의힘과 노란봉투법 등에 대해 추가로 협상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까지 따로 계획이 없다”며 “예정대로 (본회의 법안 처리가) 진행될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로 맞서겠지만 24시간마다 종결시키며 하나씩 법안을 처리해 나갈 계획이다. 주말인 23~24일도 본회의 개최 가능성을 열어놨다. 여당의 이같은 2차 입법드라이브 배경엔 속도감있는 개혁에 대한 대통령실과의 교감이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도권의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정청래 대표 체제 첫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인사를 주목해야 한다”면서 “정책 현안과 입법과제 추진에 대통령실과 ‘한 몸’처럼 움직인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법안 처리를 집권여당이 미룰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멀어지는 대화, 특검법 개정도 검토 =민주당의 속도전은 야당의 반발 강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 새 지도부와 협상 가능성 등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나선 후보 가운데 반탄(탄핵 반대) 진영이 앞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어서 여야간 대립각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여당의 입법 속도전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 높은 상황에서 제1야당이 반탄 지도부를 여당이 대화 상대로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상임고문단 등 여야의 대화 필요성을 강조한 여론을 듣고 있다”면서도 “국민의힘이 얼마나 변화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극우적 언행이나 대선 불복 등의 주장을 펼치는 야당과 협치를 위한 논의는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속도를 내고 있는 3대 특검의 확장 가능성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민주당 안에선 3대 특검수사를 보완하기 위해 특검법을 개정해 기한을 연장하고 수사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내란특검은 최대 11월 14일, 김건희 특검은 11월 28일, 채 상병 특검은 10월 29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 윤 전 대통령이 조사에 불응하고 있고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만큼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현희 민주당 3대 특검 종합대응특위 위원장도 지난달 30일 출범식에서 “기간 연장 등 필요한 조치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찬대 의원도 전당대회 때 김건희 특검 기한 연장과 수사 범위, 인력 확대 방안을 담은 법안 재발의를 예고했었다. ‘내란종식’을 목표로 한 여당의 행보가 내년 6.3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국민의힘 등이 특검의 당사 압수수색 등에 반발하며 맞서고 있지만 9월 정기국회에서 특검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