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공동제작 한강수로도 공개 안돼”

2025-08-18 13:00:09 게재

법원 “남북 긴장관계 자극 … 악용 가능성”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자유통일당 후보로 나섰다가 사퇴한 구주와 변호사가 한강하구 공동이용수역 수로조사 해도를 공개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14부(이상덕 부장판사)는 구씨가 국립해양조사원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2018년 9월 19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체결한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남북공동조사를 통해 민간선박의 항해가 가능한 한강 해도(수로도)를 제작했고, 이후 2019년 1월 30일 판문점에서 북한에 전달했다. 수로도는 인천 강화도 말도로부터 경기 파주시 만우리까지 약 70km에 달하는 한강 하구 구간의 암초 위치, 조류 흐름, 수심 등을 담은 평문(비밀이 아닌 문서)이었지만, 국립해양조사원은 이듬해 9월 보안심사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3급 비밀문서로 격상 지정했다.

이에 구씨는 지난해 7월 해양조사원에 한강 하구 해도 관련 자료의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거절되자 소송을 냈다.

구씨는 “한강수로도는 북한에 전달돼 더 이상 국가기밀로서의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며 “적국에는 공개할 수 있는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군사합의 이후 남북 긴장 상태가 계속되면서 (한강수로도가) 민간 선박 항해 등 당초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 비공개 정보에 해당한다”며 구씨의 주장을 받아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당 수역에서 민간선박이 완전히 자유롭게 항해하는 것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로도가 일반 대중에 공개될 경우 남북 관계의 긴장 상태를 자극 또는 악화시키거나 국익에 반하는 방향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는 이 사건 수로도 전달과 관련해 전 대통령을 비롯해 고위 공무원들을 간첩죄 등의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서 모두 불송치 결정을 받았다”며 “원고가 정보공개를 통해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진상규명의 실체조차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고의 정보공개청구는 수로도를 공개받아 항해 등에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북한측에는 전달됐으면서도 여전히 비밀로 지정돼 있는 정보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호기심에 기인했을 뿐”이라며 소송의 공익성도 인정하지 않았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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