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시 작업 자세따라 위험도 달라져

2025-08-19 13:00:02 게재

기상청 ‘폭염 특별관측’ 중간 분석 결과

앉아서 일하면 서있을 때보다 1.8℃ 높아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 같은 공간에서 일하더라도 작업자의 자세에 따라 체감하는 더위와 위험 정도가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이나 밭 등에서 일할 때 허리를 굽히거나 앉아서 일을 하면 서서 일할 때 보다 더 더위를 많이 느낀다는 게 확인됐다. 폭염 대응책 마련시 단순히 기온뿐만 아니라 작업 환경 등 여러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알려주는 결과다.

19일 기상청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폭염 특별관측’ 중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폭염 특별관측은 국민들이 실제로 생활하거나 여행하는 공간에서의 폭염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이동형 기상관측장비를 통해 다양한 환경에서 한시적으로 수행된 비정규 기상관측이다.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농업환경(논 밭 비닐하우스 등)과 계곡 휴양림 등 총 14개 지점에서 특별관측을 실시 중이다.

농작업 시 허리를 굽히거나 앉아서 일하는 높이에서의 기온이 서서 일하는 높이보다 평균 1.8℃ 더 높게 측정됐다. 작업 자세가 온열질환 위험을 좌우하는 중요 변수라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또한 지난 7월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고추밭 평균 일최고기온은 배나무가 심어진 과수원보다 0.4℃, 논보다는 0.9℃ 높았다. 농업환경 중에서 폭염 강도는 ‘밭(고추) > 과수원(배) > 논’ 순으로 분석됐다.

기상청은 “이러한 차이는 환경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며 “햇볕에 직접 노출되는 작업자의 경우 체온은 더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닐하우스의 경우 일최고기온이 인근 고추밭보다 평균 3.9 ℃ 더 높았다. 햇빛이 강했던 7월 8일 오후 2시경에는 인근에 비해 최대 11.5 ℃ 높은 기온이 기록되기도 했다. 고추밭 옆 그늘(정자)에서는 오후(12~18시) 평균기온이 평균 0.8℃ 낮게, 최대 3.0℃까지 낮게 나타나는 등 농업환경 5개 지점 중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했다.

피서지의 경우 주변 지역보다 기온이 현저히 낮은 경우도 확인됐다. 경남 밀양시 밀양얼음골은 월평균 최고기온이 8.8℃ 더 낮았다. △전남 구례군 지리산정원은 2.7℃ △충북 음성군 백야자연휴양림은 1.6℃ △강원 인제군 백담사 계곡은 2.2℃ 더 낮게 관측됐다. 해수욕장은 일평균기온이 인근 지역보다 평균 0.2~0.3℃ 높았지만 해풍이 부는 경우에는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는 현상을 보였다. 장사해수욕장에서 북동풍(해풍)이 불 때는 순간적으로 기온이 약 4.0℃ 낮아지고 습도는 약 15%p 상승했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비닐하우스나 밭에서 일하는 경우 폭염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으니 각별히 유의하시기 바란다”며 “부득이 농작업 시에는 반드시 인근 그늘에서 주기적으로 휴식을 취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기후위기 시대에 폭염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위험 요소”라며 “기상청은 폭염으로부터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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