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미국 고율관세에 대규모 세제개편 카드
소비 증진으로 내수 방어
증시 강세속 재정 부담 우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미국의 고율관세 충격을 완화하고 내수를 살리기 위해 대대적인 세제 개편안을 내놨다. 핵심은 상품서비스세(GST)의 간소화와 생활 밀접 품목의 세율 인하다. 자동차·보험 등 가격 민감 품목의 부담을 낮춰 소비를 자극하되, 전체 체계는 두 개의 기본 세율로 단순화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정부는 ‘소형차’의 상품세를 현행 28%에서 18%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건강·생명보험료의 서비스세도 18%에서 0~5% 구간으로 낮추는 안이 논의된다.
세율 체계는 5%와 18%의 두 축으로 단순화하되, 사치·유해 품목에는 40%의 별도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이 병행된다. 최종안은 연방·주 대표가 모이는 GST평의회에서 확정되며, 시행 시점은 10월 20일 디왈리 축제 전후가 거론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소형차 수요 회복과 보험 가입률 제고 효과가 기대된다는 반응이다. 아울러 평의회 논의 과정에서 품목별 세율의 미세 조정과 단계적 시행이 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니프티50 지수는 장중 최대 1.6% 올라 2만5022까지 상승했고, 마루티스즈키를 비롯한 자동차주가 강세를 이끌었다. 보험·가전 등 소비 관련 종목도 동반 상승했다. 루피화는 달러 대비 강세를 보였고, 채권시장은 개장 초 약세로 출발해 10년물 금리가 약 5bp 오르며 재정 부담 확대 가능성을 일부 반영했다.
정책의 득과 실은 뚜렷하다. 소비 진작과 체감 물가 안정에는 분명한 도움이 될 수 있다. 로이터는 이번 감세로 내년 성장률이 0.6%포인트가량 높아질 수 있고, 증시 심리에도 우호적일 것이라는 전망을 전했다. 다만 연간 세수 감소가 약 200억달러에 이를 수 있어 재정 건전성은 시험대에 오른다. 균형재정으로 가는 길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국채시장의 경계심도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는 평가다.
세부 설계의 방향성은 ‘단순화’다. 세율 구간을 줄이고 사라진 28% 구간의 상당 품목을 18% 또는 5%로 낮추면, 기업의 세무 비용과 소비자의 가격 혼란이 완화된다. 동시에 사치·유해 품목에는 40%의 높은 세율을 별도로 매겨 조세 형평을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이러한 체계 개편은 2017년 상품세 도입 이후 가장 큰 변화로, 행정 처리 속도와 납세 편의 개선도 기대된다.
정치적인 의미가 크다. 미국의 관세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감세는 대외 충격을 흡수하며 내수 기반을 다지려는 선택으로 읽힌다.
백악관 무역 정책 고문 피터 나바로는 인도 정유사들이 러시아산 원유를 할인 구매해 정제·재수출하는 구조가 러시아 전쟁 재원을 불린다고 비판하며, 인도산 제품에 25%의 ‘국가안보’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인도 수입품 대부분에 25%의 ‘상호관세’와 더불어 총 50% 고율관세가 부과되는 것이다. 원유가 아닌 정유제품 흐름을 겨냥한 견제라는 점에서, 인도는 내수 보강과 산업 전환을 병행해야 하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결국 과제는 두 가지다. 우선은 감세 효과를 소비로 연결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일이고, 둘째는 줄어드는 세수를 어떻게 메울지에 대한 재정 설계다.
기반시설 투자와 복지 지출을 유지하면서도 세입 기반을 넓히려면 세원 포착과 지출 효율화가 함께 가야 한다. 인도 정부가 경기 부양과 재정 건전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향후 신용도와 시장 신뢰를 좌우할 것이다.
로이터는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소비와 증시를 자극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재정 지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