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인텔 최대주주 되나

2025-08-19 13:00:03 게재

보조금, 10% 지분으로 전환

전략산업에 정부 개입 강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 10% 확보를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전략산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인텔에 지원된 칩스법 보조금을 현금 대신 지분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중심에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정부는 인텔이 상업 및 군사용 생산을 위해 확보한 총 109억달러 규모의 칩스법(CHIPS Act) 보조금을 지분으로 바꾸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재 인텔 시가총액은 약 1050억달러로, 10% 지분 가치는 약 105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성사될 경우 미국 정부가 인텔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수준이다.

WSJ는 상무부가 칩스법 지원금의 투자 회수율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지분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세금으로 지원된 자금을 단순 보조금이 아닌 주주 자격으로 관리하는 것이 납세자 이익을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의는 트럼프 대통령과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의 백악관 면담 이후 급물살을 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탄 CEO의 중국 관련 경력 문제를 이유로 사퇴를 요구했으나, 면담 이후 “놀라운 이야기”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탄 CEO는 3월 취임 이후 대규모 감원과 비용 절감에 집중했지만, 실질적인 기술 경쟁력 회복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엇갈렸다. 정부 지분 투입 기대감으로 인텔 주가는 지난주 큰 폭 상승했지만, 18일 블룸버그 보도 직후 다시 3% 이상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정부 개입이 단기 자금 지원 효과는 있더라도, 추가 투자금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 속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인텔 지분 확보는 최근 미국 정부의 전략산업 개입 기조와 맞닿아 있다. 앞서 정부는 엔비디아와 AMD로부터 중국 매출의 15%를 수수료로 받는 합의를 이끌어냈고, U.S.스틸 인수 과정에서는 경영 판단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 주식’을 확보했다.

또한 국방부는 희토류 업체 MP 머티리얼즈에 4억달러 규모의 우선주를 인수해 약 15% 지분을 확보했다.

정부가 지분 전환을 통해 인텔을 구제하려는 시도는 미국 반도체 산업 자립 전략과 직결된다.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가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순수 미국 기업인 인텔이 첨단 칩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정부 개입이 인텔의 기술 경쟁력 회복에 실질적 효과를 낼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다른 칩스법 지원금도 지분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실제로 이 구상이 행정부 내에서 확산됐는지, 또는 기업들과 구체적으로 논의가 있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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