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노디스크, 오젬픽 가격 절반 인하

2025-08-19 13:00:02 게재

현금결제땐 월 499달러

트럼프 압박과 무관 강조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NYSE: NOVO)가 대표 당뇨·비만 치료제 오젬픽(Ozempic)의 현금 결제 가격을 절반으로 낮췄다.

블룸버그는 18일(현지시간) 노보가 오젬픽을 월 499달러에 제공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 내 권장가의 절반 수준으로, 회사 측은 자사 직영 약국 ‘노보케어(NovoCare)’와 할인 플랫폼 굿알엑스(GoodRx)를 통해 환자들에게 동일한 가격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제약사들에 가격 인하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노보를 포함한 제약사들에 직접 서한을 보내 “미국 내 약값을 낮추라”고 요구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 시절에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으나 성과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노보는 이번 조치가 정부와의 협의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데이브 무어 미국법인 대표는 “오젬픽은 보험 적용이 잘 이뤄지고 있지만, 일부 환자들은 여전히 전액을 부담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승인되지 않은 모조품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단 한 명이라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 유타주 프로보에 위치한 록 캐년 약국에서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제조한 2형 당뇨병 치료에 사용되는 주사제인 오젬픽과 모운자로 상자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오젬픽은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체중 감량 효과가 알려지면서 미국에서 비만 치료 수요가 급증했다. 보험 적용이 제한적이던 초기에는 환자들이 고가를 감수하거나 불법 조제 의약품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가격 인하는 현금 결제 환자들의 접근성을 넓히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각국의 제도 차이로 인해 환자 부담액이 여전히 제각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노보의 경쟁사인 일라이 릴리(LLY)는 주사제가 아닌 경구용 비만 치료제 출시를 앞두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월가 분석가들은 두 회사의 알약 가격이 기존 주사제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약은 과학적 성과를 근거로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하지만, 이번에는 정치권과 소비자들의 압박 속에 주사제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UBS 분석가 트룽 후인(Trung Huynh)은 “가격은 현재 약과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보는 자사 알약이 임상시험에서 평균 15%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이는 릴리의 경구용 약물(12.4%)보다 높은 수치지만, 릴리의 주사제(21%)보다는 낮다. TD코웬의 마이클 네델코비치 애널리스트는 “노보는 이전에 당뇨병 치료제 라이벨서스(Rybelsus)를 오젬픽과 같은 가격에 출시한 전례가 있다”며 “새 알약도 위고비(Wegovy)와 유사한 가격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공급망 역시 가격 책정에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꼽힌다.

릴리는 이미 대규모 재고를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노보의 경우 같은 성분을 알약으로 생산할 때 주사제보다 약 75배 많은 원료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노보가 충분한 생산능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다만 모닝스타 애널리스트 카렌 앤더슨은 “현금 결제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노보가 위고비보다 높은 가격으로 알약을 출시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비만 치료제 시장은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TD코웬은 2030년까지 전 세계 시장 규모가 1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알약은 주사에 거부감을 가진 환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며 시장 접근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 모두 높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와 생산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가격 인하와 함께 공급 안정성 확보가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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