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 10년 최고치…투자심리 회복

2025-08-20 13:00:04 게재

기관 자금 유입 지속

위안화도 강세 전망

중국 금융시장에서 주식과 통화가 동시에 강세를 보이며 투자심리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상하이종합지수는 최근 10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번 상승세는 과거와 달리 과도한 개인투자자 열풍이 아니라 현금 여력이 풍부한 기관투자자들의 안정적 자금 유입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CSI300지수의 10일 변동성도 올해 최저 수준에 근접해 있어, 급등락 위험이 줄어든 ‘완만한 강세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중국 당국 역시 소비 확대를 위해 “완만한 황소장(slow bull market)”을 지향하며 시장 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 내 가계는 여전히 사상 최고 수준의 저축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일부가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경우 추가 상승 여력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저금리 환경 속에서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구조가 뚜렷하다. 상하이 완지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 니우춘바오는 “저축 상품은 수익률이 낮기 때문에 주가 상승이 더 많은 자금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일반 개인들의 참여는 제한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8주 연속으로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갔으며, 채권형 ETF와 단기금융상품펀드(MMF)로는 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 이는 지난 10년간의 주가 급락 경험이 여전히 투자자들에게 경계심을 남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금리 기조 속에 4조2500억위안에서 많게는 60조위안 규모의 초과저축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국제통화시장에서도 긍정적 흐름이 감지된다. 중국은행 국제증권의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관타오는 최근 인터뷰에서 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 선을 넘어 강세로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 경제 둔화,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달러 신뢰 약화 등이 위안화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 임기 초반 체결됐던 미중 무역합의와 유사한 2차 합의 가능성도 중국 자산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들어 달러 가치는 약 8% 하락했으나 위안화는 1.6% 상승에 그쳐 아시아 주요 통화 중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도이체방크, UBS, TD뱅크 등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 수준에 근접하거나 이를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관타오는 “중국 정부의 목표는 환율을 인위적으로 낮춰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의 재무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는 단기 변동성을 완화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인민은행 역시 최근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위안화 안정을 우선시하고 있다.

당국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점진적으로 시행하되 환율은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통화가치 급락을 막아 해외 투자자 신뢰를 지키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증시와 환율의 동반 강세는 중국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한 당국의 의도를 반영한다는 평가다. 자본시장을 통한 부의 창출이 소비 진작으로 이어지고, 통화가치 안정이 해외 투자자 신뢰를 끌어올리는 선순환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 협상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기 둔화 리스크를 지적하며 과도한 낙관론에 경계심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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