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정기국회서 ‘윤석열 알박기’ 제거”
윤석열정권 임명, 임기 남은 공공기관장 물갈이 시도
야당 반대·위헌 소지 등 관건 … 기관 통합 가능성도
더불어민주당이 올해 정기국회에서 이른바 ‘공공기관 인사 알박기’ 제거용 법안 처리를 선언했다. 윤석열정부에서 임명한 공공기관장에 대한 물갈이를 추진한다는 것인데 야당의 반대와 법적 논란 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기관의 통·폐합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20일 민주당 등에 따르면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을 교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전날 김병기 원내대표가 “‘윤석열 알박기’를 제거해 공공기관을 정상화하겠다”면서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했다. 문진석 원내수석도 20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공공기관이 운영이 되어야 한다”면서 “이런 취지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된다”고 강조했다. 문 원내수석은 이어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임기가 5년인데 공공기관장 임기는 통상 3년으로 정권이 바뀌더라도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이 버티는 경우가 많다. 민주당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계엄선포 이후 45명의 기관장을 임명했는데 23명은 대통령직 파면 이후 임명됐다고 밝혔다. 이전 정부에서도 기관장 알박기 논란은 있었다. 윤석열정부 출범 1년이 지난 시점에 350개 공공기관장과 임원 3080명 가운데 86%가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됐고, 임기 마지막 6개월에 임명된 공공기관장이 59명이다.
현행법상 공공기관장 임면과 관련 대통령이 인사권은 행사할 수 있지만, 잔여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직무수행이 어려운 행태가 없는 한 해임은 어렵다. 당사자가 스스로 물러나는 방법밖에 없다. 여야는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공공기관장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일치시키는 법안을 추진했지만 적용 대상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무산됐다.
22대 국회 들어 대통령의 임기와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이 최소 6건 발의돼 있는 상태다. 민주당은 정일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안을 중심으로 논의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공기업·준정부기관 기관장·감사의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일치하도록 하고, 대통령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교체되는 경우에는 새 정부 출범 후 약 6개월 이내에 이들을 해임할 수 있는 근거 마련 등을 골자로 한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대통령 임기와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켜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윤 정권에서 임명돼 임기가 남은 공공기관장은 95명이고 상임이사(감사 등)는 68명에 달한다. 이중 상당수가 내년까지 임기가 이어진다. 민주당 주장대로라면 이들은 해임 대상이다.
‘인사 알박기’ 제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우선 올해 정기국회내 처리가 불투명하다. 해당 법안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는 국민의힘 소속 임이자 의원이 위원장이다. 국민의힘이 협조하지 않으면 의안 상정부터 난관을 겪는다. 민주당 지도부가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려는 이유다. 문제는 27일 본회의에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다 해도 180일에서 200일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올해안 처리가 어렵다는 뜻이다. 법 개정이 된다고 해도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 임기에 소급 적용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수석도 20일 방송인터뷰에서 “그 부분이 가장 곤혹스러운 부분”이라며 “법이 통과된다고 해서 임기가 남아 있는 공공기관장을 해임시킬 수 있는 것이냐, 법적 논란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22대 국회에서 해당 법안을 통과시키고 다음 임기부터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공공기관 통·폐합을 통한 기관장 교체 가능성도 거론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나라 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너무 많아서 숫자를 못 세겠다”며 ‘공공기관의 통폐합’ 방안을 주문하면서 부상한 방안이다.
올해 1월 기준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한 공공기관은 공기업 31개, 준정부기관 57개, 기타 공공기관 243개 등 331개로, 전체 정원은 42만3000명에 이른다. 2007년 이 법이 제정될 당시 298곳, 임직원 24만9000명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기관을 통·폐합해 규모를 줄이는 방안으로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
한편, 민주당은 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안과 별도로 독립기념관법을 개정해 김형석 관장에 대한 교체를 추진하기로 했다. 독립기념관장이 정관을 위배하거나 기간 운영을 저해할 경우 국가보훈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즉시 해임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신설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