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손 내밀었지만…북한, 연일 찬물

2025-08-20 13:00:04 게재

“핵무장 확대” 발언 이어 “리재명 역사 바꿀 위인 아냐”

대통령실 “진정성 있는 노력 왜곡하는 것 유감”

“북, 한국이 평화 의지로 주목받는 데 부담 느끼는 듯”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북한은 꿈쩍 않고 있다. 오히려 한미연합훈련 시작, 한미정상회담이 곧 열리는 시기적 특성까지 작용하며 연일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기자간담회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19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여정 북한 부부장은 “보수의 간판을 달든, 민주의 감투를 쓰든 우리 공화국에 대한 한국의 대결 야망은 추호도 변함이 없이 대물림하여 왔다”며 “리재명은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놓을 위인이 아니다”면서 이 대통령을 거론하며 비난했다.

이 대통령이 최근 광복절 경축사와 을지 국무회의 등에서 내놓은 유화 메시지도 모조리 평가절하했다. 김 부부장은 “지금 한국의 대통령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작은 실천들이 조약돌처럼 쌓이면 상호간의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고 한다”면서 “그 구상에 대해 평한다면 마디마디, 조항조항이 망상이고 개꿈”이라고 일축했다.

또 “최근 서울이 우리에 대해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과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도 없다고 하면서 마치 대조선정책이 ‘급선회’하고 있는 듯한 흉내”라고 분석하며 “대결 본심을 평화의 꽃 보자기로 감싼다고 해도 자루 속의 송곳은 감출 수 없다”고 재차 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폄훼했다. 이같은 강경발언은 전날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에 이어 이틀 연속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날 김 위원장은 5000t급 신형 구축한 ‘최현호’를 시찰하며 “핵무장화의 급진적 확대를 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북의 강경 발언에 대해 “한국이 평화 및 남북관계 개선을 소재로 국제사회에서 주목받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어 보인다”면서 “특히 한국이 평화 및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주며 ‘북한 비핵화’ 원칙을 동시 강조할 것에 대한 부담도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의 강경 발언이 이어지면서 남북관계에 대한 이 대통령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이 ‘싸울 필요 없는 평화 구축’을 목표로 북한과 대화·소통을 통한 신뢰 회복을 강조하고 있지만 북의 ‘적대적 두 국가’ 기조가 재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의제가 테이블 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북한의 최근 태도가 더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2018년 미북 정상회담 당시 발표된 ‘싱가포르 선언’을 한미정상회담 공동선언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으로 알려졌다. 이 선언에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방침이 포함돼 있다.

대통령실은 김 부부장 언급 관련해 “북 당국자가 우리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왜곡하고 있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의 한반도평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들은 일방의 이익이나 요구를 의식한 행보가 아니라 남과 북 모두의 안정과 번영을 위한 것”이라면서 “정부는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뒤로하고 한반도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새 시대를 반드시 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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