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전 칼럼
새 정부 외교, ‘종속적 동맹’에서 ‘주권적 파트너십’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한일 정상회담 후, 25일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외교적 ‘구성의 기술’이 눈에 들어온다. 일본과의 현안 조율을 거친 후 한미회담에 임하는 것은 동북아 질서에서 중심적 위상뿐만 아니라 외교의 자율성을 보여주는 선택이다. 이는 한일 협력이 한미일 협력의 토대를 강화하고, 한국이 동북아의 ‘중재자’로 도약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국민주권 중심의 외교 좌표 설정으로 해석된다.
한국 외교는 지난 수십년간 ‘동맹’이라는 고리에 묶여 자율성을 제약받았다. ‘역사’라는 이름으로 미래지향성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현재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도 위상이 바뀌고 달라졌다. 지금 미중이 사활을 건 전략경쟁에 돌입했다. 인도 태평양을 두고 미중이 영향력을 강화하면서 동북아 정세는 불안정한 변동기에 들어섰다. 그 중간에 한국이 있다. 한국의 외교적 선택은 그만큼 중요하다. 이 대통령이 한국 외교의 새 지평을 열 수 있을까?
먼저, 한일 정상회담이다. 국민주권정부는 역사 정의를 지키면서 미래로 가는 협력을 선택했다. 실용주의다. 일본이 대한국민의 반일정서를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양국은 상당한 소득을 기대할 수 있다.
일본은 여전히 반도체 등 소재 부품 장비 등에서 강력하다. 양국이 협력하면 글로벌 첨단기술 경쟁에서 국제적인 파급력이 크다. 우선 동북아를 중심으로 한일이 신뢰를 재구축하고 공동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미중 경쟁의 새로운 균형축이 될 수 있다.
미중경쟁의 새로운 균형축 가능성
과제는 한미정상회담이다. 정부는 큰 그림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미국 외교는 힘을 바탕으로 ‘미국 우선주의’와 ‘트럼프식 거래주의’를 고수한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MAGA)를 목표로 압박을 통한 당장의 성과 도출이다. 한국의 전략은 미국에 MAGA의 최대의 적과 최고의 파트너를 분별케 하는 것이다. MAGA도, 퍼스트 아메리카도, 목표는 미국의 패권 강화다. 그래서 중국에 대한 경계가 핵심이다.
미국이 중국에 패권적 지위를 놓치면 단순히 2등 국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 모두 잃게 된다. 기축통화 달러, 글로벌 경제주도권, 국제정치 등 모든 패권을 빼앗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세계 패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한 현재도 미래도, 적은 중국이다.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커졌다. 중국의 턱밑에 평택 군산 등 주한미군 기지와 서해안이 있다. 미중 전략경쟁에서 합리적 중재자이자 파트너로서 대체 불가능한 전략적 위치에 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균형외교의 새 틀을 만들 좋은 기회다. 한반도라는 지정학적 위치와 경제강국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한국의 안보를 넘어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도 다양한 카드를 만들 수 있다. 한국의 기술협력과 안보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요구를 억제할 열쇠다. 즉, ‘한국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확신을 미국 측에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인도 태평양 공급망 및 첨단 분야에서 공동이익 구조를 제시할 때 한국 외교는 미국과의 균형점에 이른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한국만이 가진 다양한 대체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 외교적 용어로 대체옵션(BATNA, 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이다. 대체옵션이 없으면 회담에서 국가의 이익을 지키기 어렵다. 장기적으로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글로벌사우스 아세안과의 경제 네트워크도 그 일환이다. 국제정치의 ‘균형자·중재자’의 위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아울러 한미일 협력 및 신동맹 모델 구상도 필요하다. 동아시아 평화구조의 장기 청사진까지 보여준다면 외교 리더십의 완성이다.
실무협상은 국익을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조건부 수용’과 ‘단계적 양보’ 등 유연성을 적절히 구사하며 중심을 잡아야 한다. 방위비 분담금,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등 특정 의제에 매몰되면 협상의 페이스를 잃게 된다. 협상의 대전제, MAGA 비전 같은 장기적 의제 위에서 속도보다는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 다양한 대체옵션을 활용한 협상을 통해 미국 외교팀이 ‘한국을 대체할 대안이 없다’ 인정할 때 그 성과는 우리의 것이 된다. 이번 한일 한미 정상회담은 한국 외교의 분수령이다.
균형외교의 새 틀 만들 좋은 기회
국민주권정부 외교는 이제 ‘종속적 동맹’에서 ‘주권적 파트너십’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권력의 정통성과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 정교한 협상기술과 전략적 유연성을 가지면 한국 외교의 새 시대를 열 수 있다.
한미, 한일 정상회담의 외교 리더십은 두 번으로 끝이 아니다. 주권 외교라는 시대정신이 발현될 때 한국은 더이상 변수가 아니게 된다. 국제질서의 핵심 플레이어로 도약할 수 있다. 동북아와 세계에서 자율적 위상을 확대 강화할 출발점이 될것이다.
칼럼니스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