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한전, 북미·유럽·우크라 시장 포기

2025-08-20 13:00:03 게재

대통령실, 원전 불공정 계약 진상 조사

민주당도 국회 상임위서 진상조사 나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한국전력(한전)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불공정한 계약으로 북미, 유럽, 우크라이나 등 시장 진출 길이 막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이 윤석열정부 당시 체코 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주 과정에서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는 의혹에 대해 진상 조사에 들어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9일 “강훈식 비서실장이 한수원·한전 및 웨스팅하우스 간 협정에 대해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도록 진상 내용을 보고하라고 산업통상자원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수원·한전은 공공기관”이라며 “계약 체결 과정이 법과 규정에 따라 이뤄졌는지, 원칙과 절차가 다 준수됐는지를 조사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원전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체결한 ‘글로벌 합의문’에는 한수원·한전이 원전 수주 활동이 가능·불가한 국가 명단도 첨부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르면 한수원·한전이 신규 원전 수주 활동을 할 수 있는 나라로는 동남아시아(필리핀·베트남), 중앙아시아(카자흐스탄), 남아프리카, 북아프리카(모로코·이집트), 남미(브라질·아르헨티나), 요르단, 터키,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이다.

반면 북미(미국·캐나다·멕시코), 체코를 제외한 유럽연합(EU) 가입국, 영국, 일본, 우크라이나 등은 웨스팅하우스만 진출할 수 있도록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체코는 한수원을 비롯한 ‘팀코리아’가 원전을 수출하기로 한 것을 고려해 예외로 했다.

실제로 한수원과 한전은 협상 타결을 전후로 유럽 활동을 줄이면서 중동과 아시아 등 신흥시장 중심의 수주 전략으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출석해 폴란드 원전 사업 철수 계획을 묻는 질의에 “일단 철수한 상태”라며 폴란드 사업 철수 방침을 공식 확인했다.

한수원은 그간 폴란드를 유력한 추가 원전 수출 후보지로 보고 공을 들여왔고 현재도 현지 사무소를 두고 있으나 철수를 공식화한 것이다.

지난해 7월 체코 정부는 한수원을 두코바니 5·6호기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체코에 공급하려는 최신 한국형 원전 APR1000이 자사의 원천 기술에 기반한 것이라며 자국 법원에 지식재산권 소송을 제기하며 최종 계약에 제동을 걸었다.

한수원과 정부는 당초 계약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돌연 입장을 바꾼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와 협상을 진행해 지난 1월 “양측이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고, 모든 법적 조치는 취하한다”며 합의를 선언했다.

당시 양측의 합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도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술 주권, 원전 주권을 팔아먹고 국부를 유출시키는 매국 행위를 한 것”이라며 “상임위를 중심으로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환경운동연합은 19일 성명을 내고 “웨스팅하우스와의 타협뿐 아니라 UAE 바라카 원전,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출 계약 전면공개가 시급히 요구된다”며 “한수원·한전의 수출 관련 재무 구조 및 손실 내역을 철저히 감사해 계약 체결과정에서 공공성과 경제성을 제대로 고려했는지 국회는 국정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세풍·김형선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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