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시티 장악 본격화
예비군 6만명 추가 동원령 … 민간인 100만명 남부로 대피시킬 계획도
에피 데프린은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정치 지도부와 군 최고위층의 승인을 받아 작전 2단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상군 99사단은 가자시티 외곽 자이툰에 투입됐고, 162사단은 자발리아 지역으로 이동했다. 작전 개시 직후 이스라엘군은 지하시설과 무기 은닉처를 다수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또 추가 병력 투입을 위해 약 6만명의 예비군에 동원령을 발부했다. 이미 배치된 예비군 2만명의 복무 기간도 연장된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전체 예비군 투입 규모가 약 13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예비군은 전면전에 직접 투입되기보다 다른 전선에서 정규군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작전 일정을 단축하라”고 군에 지시했다. 이스라엘 국방장관 이스라엘 카츠는 전날 작전계획을 보고받고 이를 공식 승인했다. 작전은 21일 네타냐후 총리에게 최종 보고된다.
작전 확대에 따른 인도주의 조치도 병행된다.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 민간인 약 100만명을 남부로 대피시킬 계획이다. 국방부 산하 민간협조관(COGAT)은 구호품 유통시설을 증설하고, 가자지구에 야전병원 최소 두 곳을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남부 칸유니스에 위치한 유럽병원도 재개원 준비에 들어갔다.
이스라엘은 대피 전 사전 경고를 발령하고 전투 지역에서 멀어지도록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데프린 대변인은 “민간인 피해를 줄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이스라엘 인질 49명 중 20명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에 대한 위협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스라엘 측은 “인질 문제는 최우선 과제이며 생존자들에게 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하마스는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모라그회랑 지역에서 이스라엘군 전초기지를 기습 공격했다. 이스라엘군과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경 땅굴에서 등장한 하마스 대원 약 18명이 소총과 대전차유탄발사기(RPG)로 크피르여단 기지를 공격했다. 이스라엘군은 공군의 화력 지원 속에 대응해 10명을 사살하고, 나머지는 땅굴로 도주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군 3명이 부상했고, 1명은 중상이다.
하마스는 이번 공격이 자살폭탄 테러를 포함한 작전이었다고 주장하며 메르카바 전차 다수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공격대원 중 일부가 들것을 휴대하고 있었던 점을 들어 납치 시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1단계 작전을 통해 지금까지 가자지구 면적의 약 75%를 장악했으며, 하마스 대원 약 2000명을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남부 지역의 주요 통로인 ‘모라그회랑’과 ‘마겐오즈회랑’을 설치해 하마스의 이동을 제한했다.
그러면서도 이스라엘은 하마스와의 휴전 및 인질 교환 협상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60일간의 휴전과 생존 인질 10명 석방을 골자로 한 이집트·카타르 중재안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모든 인질이 동시에 석방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해당 제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지 2주년이 되는 오는 10월 7일까지 가자시티 작전을 완료하겠다는 것이 이스라엘 정부의 계획이다. 그러나 협상이 진전될 경우 작전 자체가 철회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과 규탄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은 지지를 고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보수 성향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영웅이며, 나도 그렇다”고 주장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