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0 우려에도 엔비디아의 중국 수요는 굳건"

2025-08-21 13:00:01 게재

베이징 경고에도 판매 지속

중국산으로 대체 어려워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중국 내 입지가 베이징의 경고에도 흔들리지 않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니케이 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최근 보안 우려를 이유로 H20 칩 사용에 주의를 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수요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블룸버그는 중국 당국이 정부 프로젝트에서 H20 칩 사용을 제한하는 ‘경고’를 내렸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강제 조치가 아닌 권고 성격이었으며, 실제로 중국 기업들이 엔비디아 칩 구매를 중단하거나 축소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니케이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H20 칩을 중국에 판매할 수 있는 조건으로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업계에서는 이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 칩이 대체 불가하다고 평가하며, 향후 더 발전된 블랙웰(Blackwell) 칩이 중국 시장에 허용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 당국은 최근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을 불러 엔비디아 칩 대신 화웨이, 비런(Biren), 캠브리콘(Cambricon) 등 국산 칩 사용을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현지 관계자들은 “해당 조치는 의무가 아니며 엔비디아 칩 사용 금지에 가까운 어떤 조치도 없다”고 밝혔다.

화웨이의 어센드 칩이 성능 면에서 우위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실제로는 효율성이 낮고 결함률이 높아 안정적 공급이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반면 엔비디아 칩은 단순한 하드웨어를 넘어 쿠다(CUDA) 소프트웨어 플랫폼 덕분에 대체가 쉽지 않다는 평가다. 가격 경쟁력도 엔비디아의 강점으로 꼽힌다. 한 베이징 소재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H20은 일부 중국산 대안보다 실제 사용 비용이 더 저렴하다”며 “소프트웨어 생태계까지 고려하면 엔비디아 칩은 사실상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H20 서버 시스템을 공급하는 한 업체는 “중국 정부의 경고 이후에도 주문량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며 “중국 클라우드 기업들은 효율적인 칩을 원하기 때문에 엔비디아 제품 구매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동시에 국산 칩 구매도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니케이는 엔비디아가 올해 말 중국 시장에 맞춘 블랙웰 칩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제품은 최신 고대역폭 메모리 대신 GDDR7 메모리를 장착해 미국 규제를 준수하도록 설계됐다. 다만 이 칩 역시 매출의 일정 비율을 미국 정부에 납부해야 할 가능성이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수출 규제를 완화할지 여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 우위 덕분에 엔비디아의 중국 내 수요는 쉽게 줄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테크날리시스 리서치의 밥 오도넬 대표는 “AI 역량을 개발하려는 모든 기업과 국가는 엔비디아 칩이 필요하다”며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결국 구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 전무 역시 “정치적 변수가 있지만 엔비디아가 중국에서 점유율을 회복하는 데 큰 장애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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