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한 농업 데이터로 편리해진 농사 ③
기후변화에 예측불가한 농업재해…날씨·토양 정보로 극복
작물 재배 특화된 관측모델 개발, 통합 서비스 농업e지 개발
10분 기상정보에 30m 단위 토양정보까지, 재해 조기경보도
농사의 근본은 하늘에 있었고 우리 선조들은 풍요로운 수확을 위해 비를 기다리며 ‘기우제’를 지냈다. 지금은 정보와 데이터가 농사에 접목되면서 농업이 편리해지고 부가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그 중심에 농업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보망이 있다. 인공지능(AI)까지 결합된 정보망으로 인해 농업인이 ‘하늘의 도움없이’ 주도적인 농사를 할 수 있게 됐다. 4회에 걸쳐 농사를 편리하게 하는 농업정보망과 지원시스템을 점검한다.
기후변화로 예측블가한 농업재해가 늘어나고 있다. 농업에서 기상을 관측해 농사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은 농업기상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종합정보망 ‘농업날씨365’를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농업날씨365’은 전국 215곳에 설치한 기상관측장비(AWS)를 통해 기온 습도 풍향 풍속 강수량 토양수분 등 농업기상 정보를 10분마다 측정하고 농업인에게 제공하는 데이터 농업 혁명을 이끌고 있다.
이 시스템은 농업 생산의 전 과정에 필요한 과학 데이터를 총망라해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플랫폼은 크게 농업기상관측 농업기상분석 농업기상응용 농업기상응용지도 등 네가지 핵심 기능으로 구성된다. 사용자는 특정 관측 지점이나 지대별 실시간 기상 데이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작물 재배에 특화된 분석 모델은 농업 현장의 활용도를 극대화한다. 관측지점(215개소)에 대한 각 지점별 분석을 통해 사용자는 자신이 있는 지역의 기상 정보를 10분단위 까지 세밀하게 조회할 수 있다. 채소(배추·무·양파 등 9종), 과수(사과·배·포도 등 11종)에 대한 농작물 주산지별 분석은 주요 재배 지역 기상분석 정보를 제공해 지역 전체 생산성을 예측하고 관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농업날씨365가 제공하는 데이터는 기상청이 제공하는 기온 습도 풍향 풍속 강수량 뿐만 아니라 작물의 생육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일조시간 일사량 초상온도 지중온도 토양수분 등 추가적인 세밀한 관측 데이터를 추가 제공하고 있다.
또 재배에 특화된 기후생산력지수 등을 제공해 농업인이 작물별 생육 단계와 재해 위험을 과학적으로 예측할 수 있도록 돕는다.
◆토양 특성별로 100개 작물 재배 적합도 제공 = 농업인에게는 기상정보만큼 필요한 정보가 있다. 토양환경에 대한 데이터다. 기후변화에 토양이 황폐화하고 각종 토양 질병이 발생하면서 정확한 토양정보는 농업의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
이를 위해 농촌진흥청은 토양환경에 대한 연구를 수십년간 수행해왔다. 연구 결과 토양환경정보시스템 ‘흙토람’을 완성했다. 흙토람은 한국의 토양정보 포털이라고 할 수 있다.
흙토람은 토양 정보를 열람한다는 의미로 전국 농경지 토양정보를 수록하고 있다. 농경지 주소를 선택하면 배수가 잘되는 토양인지, 자갈함량이 많은지, 어떤 작물을 심기에 적당한 토양인지, 이 때 필요한 비료사용량은 얼마인지 모두 알 수 있다.
흙토람의 토대가 된 토양정보는 1960년대 유엔개발기구(UNDP)의 지원으로 취합하기 시작했다. 전국 농경지 토양조사를 통해 논과 밭의 형태적 특성과 이화학적 특성을 분석했다. 토양은 최소 분류단위인 토양통(Soil series)으로 분류해 토양환경지도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토양전자지도의 토양 특성을 이용해 작물 100개 품목에 대해 재배에 적합한지 알려주는 토양적성도를 볼 수 있다. 물빠짐이나 토양의 입자 크기 등 31종의 토양특성에 대한 정보도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어떤 양분이 부족한지 알아보는 토양검정과 알맞은 비료사용량을 추천하는 비료사용처방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토양검정은 작물 재배 전 토양을 채취해 pH, EC(전기전도도), 유기물 함량, 유효인산 등을 분석하는 것으로 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토양검정한 데이터를 흙토람 토양검정업무시스템에 등록하고 있다. 매년 70만여건이 등록되고 있다.
흙토람에서는 최근 5년 이내 정보를 수록하고 있으며 토양검정을 받은 필지에 대한 정보를 기준으로 작물을 선택하면 비료사용처방서를 통해 필요한 비료사용량도 알려준다. 비료사용처방서는 현재 235작물에 대해 서비스되고 있다.
농업인이 비료사용처방서 발급을 원할 경우 처방받고자 하는 농경지의 토양을 균일하게 채취해 농업기술센터에 토양검정을 의뢰하면 비료사용처방서를 받을 수 있다. 비료사용처방내역은 직불제 이행점검, 농산물 인증 확인용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방 5㎞ 기준 기상청 정보로는 저온피해 못 막아 = 기상청은 사방 5㎞ 정사각형 격자로 나누어 각 격자에 해당하는 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도시 중심이어서 논·밭까지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려움이 따른다. 농경지는 계곡 능성 평야지 등 그 위치에 따라 주변과 다른 기상특성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기상청 예보를 기초로 사방 30m의 미세격자로 분해해 농장(필지) 단위로 예보해 주는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서비스’ 기술을 개발했다.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서비스는 농장의 지번과 작목을 입력하면 농장 단위로 11종의 기상정보를 예보해 준다. 동해(겨울 냉해 피해)나 폭염 등의 재해가 예상되면 경보와 함께 대응 기술을 알려주는 서비스다.
농촌진흥청은 현재 110개 시·군에 조기경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10월까지 전국 155개 모든 농촌지역 시·군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경북 의성의 한 사과 농장은 사과 저온 피해가 컸던 2023년 3월 산 바로 밑에 있는 과수원이 기상청 일기예보보다 최대 3도까지 낮아 저온 피해를 볼 뻔했지만 조기경보서비스를 통해 저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처럼 흩어져 있는 농업 관련 정보를 한곳에 모아 제공하는 ‘농업e지’를 구축하고 있다. 농업e지는 차세대 농업농촌통합정보시스템으로 2024년부터 2026년까지 구축한다. 올해부터는 농업e지를 통해 110개 지역 과수 13종에 대해 기상재해 정보 조회가 가능해졌다.
농업인이 농업e지에 접속해 조기경보 항목을 클릭하면 기사와 재해 예측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