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체코원전 합의 두고 공방
민주 “윤 정권 치적용 졸속 협정”
국힘 “미국 진출교두보 윈윈 협상”
두산 출신 김정관 장관 “정상 계약”
지난 1월 체결된 한수원·한전과 웨스팅하우스간의 합의 내용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 치적만들기 위한 졸속 협정’이라고 비판하자 국민의힘은 ‘정치적 선동’이라고 맞받았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21일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사이의 합의는 K-원전의 미국 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는 윈윈 협상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정부 여당은 돌연 이를 불공정 계약이라며 정치적 선동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 위원장은 “미국과의 중장기적인 원전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면 결국 K-원전에 마이너스보다 플러스가 훨씬 더 큰 계약이 될 것으로 전망이 된다”면서 “다음 주 한미정상회담에 맞춰서 한국 원전 산업이 미국에 진출하는 원전판 마스가(MASGA) 협약이 체결된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정부 여당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는 지난 1월의 합의에 따른 계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전임 정부의 유산으로 생색은 내면서 전임 정부에서 불공정 계약 프레임을 씌워서 망신을 주고 혼자 공로를 독식하겠다는 얄팍한 정치적 계산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전날 민주당은 한수원·한전과 웨스팅하우스간의 합의에 ‘신규 원전 수주 활동 제한’이 포함된 사실을 문제 삼으며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황명선 민주당 최고위원은 20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체코 원전 수주와 관련해 한수원은 최소 2조원 이상을 웨스팅하우스에 지불해야 하며 실질 수입은 적자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며 “그런데도 윤석열 정권은 12·3 계엄 직전 홍보용 치적에 매달려 밀실에서 협정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와 직접 연루된 김동철 한전 사장,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즉각 조사받고 사퇴해야 한다”며 “국회는 국정조사로 철저히 진상 규명하고 안덕근 전 산업부 장관을 비롯한 관련자들에게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 김영진 의원도 SBS라디오에서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의 무능력과 무계획이 부른 참화”라며 “‘대통령인 내(윤석열 전 대통령)가 체코 원전을 수주했다’는 것 자체를 보여주기 위해 사실은 이익을 다 버린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원전 제작업체인 두산에너빌리티 출신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난처한 입장이다. 비록 웨스팅하우스와 미국정부의 파워에 밀려 이뤄진 계약이라도 기왕에 맺어진 협정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9일 국회 상임위에 출석해 “정상적으로 이뤄진 계약”이라고 말했다. 여당과는 다른 기류다.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지난 1월 한수원·한전과 웨스팅하우스가 체결한 ‘글로벌 합의문’에는 한수원 측이 향후 50년간 원전 수출 시 웨스팅하우스 측에 1기당 9000억원대의 물품·용역 구매계약과 2400억여원의 로열티를 제공하게 돼 있다는 의혹이 최근 불거졌다.
이와 함께 합의문은 한국 측의 원전 수주 대상국을 제약하면서 북미(미국·캐나다·멕시코), 체코를 제외한 유럽연합(EU) 가입국, 영국, 일본, 우크라이나 시장 등에는 웨스팅하우스만 진출할 수 있다고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