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빚’ 렌탈채권 “감독 사각지대”

2025-08-21 13:00:36 게재

금융소비자연대회의, 불법추심 근절 토론

가전제품·사무기기·차량 등을 빌려주면서 생기는 비금융 ‘렌탈채권’이 제도의 사각지대 속에서 불법 채권추심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소비자연대회의는 21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기표 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과 공동주최로 ‘불법사금융·불법추심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금융소비자연대회의는 금융정의연대·롤링주빌리·민변·참여연대·한국금융복지상담협회·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등으로 구성된 연대체다.

이날 발제를 맡은 백주선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렌탈산업은 2025년 기준 약 1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여 가계의 주요 소비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며 “그러나 이러한 비금융 렌탈 계약에서 발생하는 채권은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지 않고, 기존 법제도의 적용에서도 제외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숨은 빚’ ‘그림자 채권’으로 불리는 이유다.

비금융 렌탈채권은 제조사 등 비금융 민간기업이 고객과의 렌탈 계약에서 발생시키는 미수금이다. 대부분 월 단위 납부 계약인데 연체되면 자체 추심팀이나 위탁 추심업체를 통해 회수하고 있다. 렌탈 시장은 커졌지만 렌탈채권 부실 규모 등 현황은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고 있다.

백 변호사는 “렌탈채권은 한국은행의 가계부채 통계에 포함되지 않고, 금융감독원·금융위원회의 감독 권한 밖에 있다”며 “개인채무자보호법이나 대부업법 등의 적용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채권추심법도 비금융 렌탈채권도 등록된 추심업자에 의한 추심 행위에는 적용될 수 있으나, 제조사나 렌탈사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미등록 추심인력 또는 위장된 위탁 구조에서는 사각지대가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백 변호사는 “렌탈업체들이 소비자를 속이는 채권 소멸시효 갱신, 하루에 수 차례 연락하는 악의적 추심행위, 반복적 지급명령 신청 및 소액 민사소송 등으로 불법추심 관행을 보이고 있다”며 “그럼에도 금융감독원은 금융채권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나 한국소비자원은 민사상 분쟁이라는 이유로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비금융 렌탈채권에 대해서도 ‘선구매 후결제(BNPL)’처럼 금융상품에 준하는 소비자 보호체계를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법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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