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드콜 ETF, 고배당시대 새로운 대안
금리 물가 등이 불확실하게 움직이는 시장 … 안정적 현금흐름, 분산투자 수단 동시 제공
미국 증시에서 단일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커버드콜 ETF가 빠르게 세력을 넓히고 있다. 테슬라(TSLY), 엔비디아(NVDY), 아마존(AMZY) 등 매월 분배금을 제공하는 구조 덕분에 투자자들 사이에서 ‘월세형 자산’으로 불리며 주목을 받고 있다.
금리와 물가가 불확실하게 움직이는 국면에서 매달 현금이 들어오는 구조는 심리적 완충과 재무적 안정성을 동시에 제공한다. 운용사들은 이러한 수요에 발맞춰 다양한 커버드콜 ETF를 내놓으며 ETF 시장 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세그먼트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2022년 출시 초기 수억 달러에 불과하던 운용자산(AUM)은 2025년 들어 수십억 달러 규모로 확대됐다. 흥미로운 점은 기존 배당주 ETF를 넘어 젊은 투자자들까지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장기 자본이득 대신 단기 현금흐름을 선호하는 성향이 커지면서 커버드콜 ETF는 세대를 가리지 않고 공통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커버드콜 ETF의 작동 원리
커버드콜 ETF의 구조는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기초 종목을 보유하고 그 파생상품을 확보하고 동시에 해당 종목의 콜옵션을 매도한다. 이를 통해 옵션 프리미엄(가격)을 수취하고 이 프리미엄이 월별 분배금의 재원이 된다.
주가가 급등할 경우 상방이 막히지만, 횡보장에서 꾸준히 프리미엄이 쌓이는 구조다. 예컨대 테슬라가 10% 상승하는 구간에서 옵션이 행사되면 ETF는 해당 부분의 이익을 포기한다. 반대로 테슬라 주가가 제자리일 경우 ETF 보유자는 매달 옵션 프리미엄을 배당 형태로 수령하며 원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보다 유리한 수익구조를 누릴 수 있다. 즉, 커버드콜은 상승을 일부 포기하는 대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얻는 교환 전략이다.
TSLY는 테슬라 특유의 높은 변동성을 활용한다. 테슬라 주가는 전기차 판매, 일론 머스크의 발언, 인공지능·로보택시 개발 기대에 따라 급등락이 잦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높은 옵션 프리미엄이 TSLY의 월 분배금으로 이어진다. 다만 급등장에서는 상방 제한이 뚜렷하게 체감된다.
NVDY는 엔비디아를 기초자산으로 하며 반도체 사이클과 인공지능 투자 열풍 속에서 꾸준한 수요를 받고 있다. 엔비디아는 잦은 실적 서프라이즈와 뉴스 흐름 덕분에 변동성이 높아, 옵션 프리미엄이 풍부하다. 하지만 급등 폭도 크기 때문에 원주식에 비해 총수익이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
AMZY는 아마존을 기반으로 하며 전자상거래와 클라우드 사업 성장에 힘입어 완만한 상승 흐름을 이어왔다. 덕분에 상방 제한의 아쉬움이 상대적으로 작고, 안정적인 분배금이 강점으로 작용한다.
넓어지는 투자자 선택지
AIYY는 인공지능 테마주 C3.ai, AMDY는 반도체 기업 AMD, CONY는 코인베이스, OARK는 ARK 이노베이션 ETF, MSTY는 스트래티지, FBY는 메타(전 페이스북) 주식 및 펀드를 각각 기초로 한 커버드콜 상품이다.
이들은 각 산업의 성장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월 분배금을 제공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특히 변동성이 큰 종목일수록 분배 재원은 풍부해지고, ETF의 분배율이 눈에 띄게 높아진다. 반면 안정적 성장주를 기초로 하는 경우 분배율은 다소 낮아지지만 총수익의 변동성이 줄어든다. 결국 투자자는 어떤 종목과 어떤 전략적 성격이 자신의 투자 목표와 맞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분배율과 총수익의 균형
이 ETF들이 이목을 끄는 직접적 이유는 높은 분배율 때문이다. 최근 공시된 단순 연환산 분배율을 보면 TSLY는 120% 안팎, NVDY는 80%대, AMZY는 50%을 기록한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 수치이며, 변동성과 옵션 가격 구조에 따라 매월 달라질 수 있다.
또한 분배율이 높다고 해서 총수익이 반드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2023년 상반기 테슬라 주가가 100% 넘게 급등했을 때 TSLY는 분배금을 합쳐도 70%대 상승에 머문 사례가 있었다. 반대로 주가가 횡보한 구간에서는 ETF가 원주식보다 우월한 성과를 보였다. 결국 투자자는 분배금과 자본이득을 합친 총수익 기준에서 전략을 평가해야 한다.
한국 투자자의 환율·세금 시나리오
국내 투자자에게는 환율과 세금이 성과를 크게 좌우한다. 모든 분배는 달러로 지급되므로 원화가 강세일 때는 환산 수익이 줄고 약세일 때는 늘어난다. 환헤지를 통해 변동을 줄일 수 있지만 그 비용과 복잡성이 부담일 수 있다.
세금 측면에서는 구조가 조금 복잡하다. 옵션 프리미엄 기반 분배금은 미국 세법상 자본이득 성격으로 분류되어 원천징수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ETF가 보유한 기초주식에서 발생하는 배당 부분은 조세조약에 따라 15% 원천징수가 적용된다. 이후 한국 내에서는 해외 배당소득으로 분류되어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외국납부세액공제를 통해 이중과세를 줄일 수 있지만 최종 세부담은 투자자의 소득 구간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연 50% 분배율의 ETF에 1억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미국 원천징수 이후 42.5%가 남고 한국 종합과세로 추가 세금을 내면 세후 기준은 약 30%대 중반으로 내려올 수 있다. 환율이 10% 변하면 세후 수익률도 크게 달라진다.
변동성과 전략의 민감도
커버드콜 ETF의 핵심 변수는 변동성이다. 최근 미국 증시의 변동성지수(VIX)가 14~16 수준에서 움직이는 저변동성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옵션 프리미엄을 축소시켜 분배금 절대치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운용사는 대응 전략으로 행사가격을 더 가깝게 설정해 프리미엄을 확보하거나 만기를 짧게 구성해 수익을 유지하려 한다.
그러나 이 경우 상승여력을 더 일찍 포기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반대로 지수 변동성은 낮아도 개별 종목 변동성이 높은 경우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분배율이 유지될 수 있다. 테슬라와 엔비디아가 대표적 사례다. 저변동성 국면에서는 분배 수준과 상승 여지의 균형을 얼마나 정교하게 맞추느냐가 성과를 좌우한다.
투자자 유형별 전략
커버드콜 ETF는 모든 투자자에게 동일한 해법이 아니다. 은퇴자나 안정적 현금흐름이 필요한 투자자는 일정 비중을 커버드콜 ETF에 배치해 생활비성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장기 성장 잠재력을 중시하는 투자자는 급등장에서 상방을 포기하는 대가가 크므로 원주식 투자와 병행하는 방식이 더 적절하다. 또한 단기 현금흐름이 필요하지 않은 투자자는 굳이 높은 분배율을 좇기보다는 총수익 중심의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포트폴리오 내에서 이 상품의 위치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다.
투자 체크리스트와 결론
투자 전 확인해야 할 핵심질문은 네 가지다. 첫째, 매달 들어오는 분배금이 중요한가, 아니면 장기 자본이득이 더 중요한가. 둘째,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얼마나 감내할 수 있는가. 셋째, 세후기준으로도 여전히 만족할 만한 기대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가. 넷째, 분배금 변동과 상방 제한을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커버드콜 ETF의 비중과 활용 전략이 드러난다.
종합하면 단일 종목 커버드콜 ETF는 고배당과 월세형 현금흐름을 제공하는 새로운 선택지다. 그러나 상승 제한과 하락 노출, 환율과 세금이라는 현실적 제약도 존재한다. 낙관적으로 본다면 이 상품군은 불확실한 시대에 투자자에게 안정적 현금흐름과 분산투자 수단을 동시에 제공한다.
목적과 제약을 명확히 정의하고 적절한 비중을 설정한다면 커버드콜 ETF는 투자 포트폴리오의 유의미한 한축이 될 수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