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 미래를 바꾸는 두 가지 열쇠, 청년과 물
ODA 현장의 생생한 변화 우즈베키스탄에서 만났다
우즈베키스탄은 인구 약 3500만명 중 64%가 30세 미만일 만큼 청년 비중이 높은 나라다. 매년 약 50만명이 노동시장에 진입하지만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산업 기반 강화와 청년 대상 기술교육 확대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국은 2012년부터 KOICA를 통해 직업훈련원 건립, IT 산업 인프라 지원 등 다양한 협력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타슈켄트, 사마르칸트 등 주요 도시에 설립된 직업훈련원은 자동차 전기 IT 봉제 미용 등 지역 특성을 반영한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사마르칸트 직업훈련원은 계명문화대학교와 협업해 기계공학과 컴퓨터그래픽과 등 수요가 높은 학과를 개설했다. 지금까지 약 1만1000명의 기술 인재가 이곳에서 배출됐으며, 졸업생의 92%가 취업에 성공했다. 고용 기업의 만족도 역시 97%에 달한다. KOICA는 직업훈련 시스템뿐 아니라 국가기술자격검정시험 제도를 도입해 한국형 모델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고 있다.
정보통신 분야의 성장도 눈에 띈다. 타슈켄트에 위치한 ‘IT Park’는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디지털 전략에 따라 설립된 ICT(정보통신기술) 산업 육성 허브다. 현재 2900여개 기업이 입주했고, 국내외 기업 유치와 청년 창업을 동시에 지원하고 있다. KOICA는 2021년부터 이곳의 운영 모델 정립, 인재 교육, 네트워크 구축 등을 지원했다. 현재까지 636명이 교육을 수료했으며, 기술교육을 받은 입주기업만 30곳에 달한다.
아랄해 사막화로 심각한 기후 위기를 겪고 있는 카라칼파크스탄 지역에서는 GGGI(글로벌녹색성장기구)와 함께 ‘GRIP’ 프로젝트가 2021년부터 추진돼 왔다. 단순한 환경 복구가 아닌 지역사회가 주도하는 친환경 재건을 목표로 삼고 있다.
총 1만7900명에 이르는 지역 주민과 소농민이 기후 스마트 농업 교육을 통해 지속 가능한 농법을 익혔고, 점적관개(작은 구멍이 뚫린 호스를 땅에 묻어 물을 공급하는 기술), 방풍림 조성 등의 기술이 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해 도입됐다. 이 중 누쿠스의 모노센터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이곳에서 교육을 받은 한 여성 농민은 점적관개 기술을 활용해 비닐하우스를 조성하고, 토마토와 오이를 재배해 러시아로 수출하며 농업 기업을 일궈냈다. 현재 70~8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수익은 교육 이전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카라우작 방풍림 묘목장에서는 스프링클러 관개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었다. 기존에는 범람식 관개 방식으로 과도한 물을 사용했지만 KOICA의 지원으로 설치된 모터와 필터 시스템 덕분에 물 사용량이 40~50% 절감됐다. 농장 소장은 “과거에는 한 달 치 물을 단번에 써야 했지만, 이제는 6개월 이상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효율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배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아랄해 주변 지역은 환경 재난의 참혹함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였다. 1960년대 이후 급속한 수로 차단으로 세계 4대 내륙 호수였던 아랄해는 수량(90%) 과 면적(75%)이 크게 줄었고, 거대한 모래사장에는 녹슨 어선들만이 남았다.
이곳에서 만난 현지 주민 샤디노프 씨는 “예전에는 이곳이 섬처럼 바다에 둘러싸여 공기도 맑고 생계도 풍요로웠다”며 “지금은 생존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정부는 소금과 가뭄에 강한 삭소호(Sacsaul) 나무를 대규모로 심고, 주민들은 씨앗 채집과 재배를 통해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기후 스마트 농법을 직접 도입해 소규모 경작지에서 실험을 이어가며, 마을과 학교 곳곳에 실습 공간도 마련했다.
청년과 물. 현재 우즈베키스탄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인 동시에 미래를 여는 열쇠다. 한국의 ODA는 단순한 인프라 지원을 넘어 기술, 정책, 금융, 인식 개선까지 폭넓은 접근을 시도하고 있었다. 우즈베키스탄 청년들이 새로운 꿈을 꾸고, 조용한 혁신을 일궈가는 바탕에는 한국과의 따뜻한 동행이 자리하고 있었다.
외교부 공동취재단 = 정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