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강화로 지속가능한 원·하청 상생·발전 이끌어
한국콜마, 원청 정규직 대비 하청노동자 임금격차 72% … ‘공동성장 실천 협약서’체결, 근로조건 향상·안전보건조치 강화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적 처우 등으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기업의 성과와 노동의 질을 함께 높일 수 있는 상생의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원·하청이 함께 상생하는 선순환 구조를 조성해 노동자는 일한 만큼 공정하게 보상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노사발전재단(사무총장 박종필)은 기업 스스로 차별과 격차 문제를 인식하고 자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비정규직 고용구조개선지원단 컨설팅 사업’으로 원·하청 상생협약 체결을 통해 원·하청 노동자 간 임금 및 복리후생 등의 격차를 줄여 상생과 협력관계로 나아가도록 한다. 사내하도급 다수 활용 기업의 △사내하도급 실태조사 △원·하청 노동자 간 근로조건 비교 진단 및 불법파견 등 법 위반 사항 점검 △불합리한 근로격차 해소 및 법 위반 사전예방 조치 등 개선방안을 마련해 기업의 자율적 고용구조개선을 지원한다.
‘차별없는일터지원단 운영사업’은 기간제·단시간·파견 등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이유로 한 불합리한 차별을 사업장 스스로 예방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한다. 비정규직 사용 기업의 △고용현황 △불합리한 고용상 차별 요소 진단 및 개선 권고안 제공 △개선이행 지원 및 차별인식 개선교육·상담을 통해 기업의 자율적인 차별예방·개선 활동을 지원한다. 원·하청 상생과 차별없는 일터 조성을 위한 모범적인 노력으로 상생문화에 새로운 전환점과 가능성을 보여준 기업사례를 소개한다.
한국콜마(대표 최현규)는 ‘아름다움과 건강의 가치를 만든다’는 목표로 1990년 설립돼 국내 최초로 도입된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으로 35년간 4300여개 고객사와 함께 K-뷰티 신화를 만들고 있다.
2024년 기준 연 매출은 2조4000억원에 달하며 전체 노동자 수는 2087명이다. 남녀 비율은 5.5 대 4.5로 다른 제조업에 비교해 여성비율이 높은 편이다. 이 가운데 화장품 포장 공정을 담당하는 5개 사내협력사(세종 3개, 부천 2개) 소속 하청노동자는 827명으로 전체 인력의 39.6%를 차지하고 대부분 주부사원들이다.
한국콜마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하청노동자의 처우개선 등 근로조건 향상을 통한 원·하청 상생 협력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 송재하 인사팀장은 “한국콜마는 설립자 윤동한 회장의 원·하청 차별없는 일터를 만들다는 창업정신이 그간 기업문화로 잘 형성돼왔다”고 말했다.
한국콜마는 이미 동종 제조사업장 대비해 하청노동자에 대한 처우가 좋은 편이다. 최근 2차례에 걸쳐 도급비를 15~33% 인상하고 지난해 초엔 하청노동자 대상으로 성과급(기본급 200%)도 지급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체력단련시설 및 통근버스 등 원청의 복리후생시설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2024년 노사발전재단(재단)이 수행하는 ‘비정규직 고용구조개선지원단 컨설팅사업’에 참여했다. ‘사내하도급 노동자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원·하청 노동자 간 근로조건 등 격차를 진단했다. 재단 컨설팅은 ‘소통’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원·하청 상생과 발전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췄다.
먼저 상호 간 소통채널 강화를 위한 협의체 신설이 제안됐다. 한국콜마는 원·하청 담당자가 참여하는 ‘상생라운드테이블’을 구성해 매월 하청노동자 고충처리 등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다양한 논의를 시작했다.
먼저 ‘공동성장을 위한 상생협력 실천 확약서’를 작성했다. 이 확약서를 통해 △도급사의 경영권 등 존중 △도급사의 장시간 근로 등 노동관계법령 위반 사전 예방 △도급대금 지급 연대책임 책임 부여 △지속가능한 근로조건 향상 노력 △도급사의 법 위반 관련 책임성 강화 △하청노동자의 산재예방 및 안전·보건조치 강화 등에 대한 상호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을 약속했다.
소통의 물꼬가 트이자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부분들에 대한 구체적 개선안들이 제시됐다. 하청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과 권리 증진을 위해 계약내용 개선, 사내 카페 할인혜택 확대, 본인 결혼 및 부모상 등 경조사 유급휴가 지급 등을 추진됐다. 특히 하청과 성과 공유를 확대하기 위해 도급계약서 내 해당 항목을 신설한 부속 합의서도 마련했다.
하청노동자의 안전·보건 등 인권보호 조치 강화를 위한 솔루션도 추진했다. 한국콜마는 기존에도 안전보건협의체를 통한 월 1회 원·하청 합동 순회점검 및 개선대책회의 진행 등 하청노동자의 위험요소 사전예방 및 사고발생 시 신속한 대처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내부 프로세스를 잘 구축하고 있었다.
재단은 이 안전보건협의체를 ‘상생라운드테이블’로 연계해 확대 운영할 것을 권고했다. 각 의제별 단절된 협의체를 상호 연계해 하청노동자의 의견개진 가능성과 영향력을 높이고 직장 내 괴롭힘 등 갑질 신고·조치까지 이행할 수 있도록 내부규정 개정 등 세부절차를 마련했다.
하청노동자의 요구로 △외부조명 설치로 야간 근무자 보행시 안전사고 예방 △미화직 경비직 등 선풍기 조끼와 아이스링 지급해 온열질환 예방 △식당 건물 내 음료자판기 설치 등 휴게공간 추가 조성 등을 실행했다.
이기혜 공장관리팀장은 “원·하청은 동반적 협업관계임에도 불구하고 평상시 ‘다른 회사’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어 차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재단 컨설팅을 통한 31개 항목별 원·하청 간 근로조건을 점검하고 보완해야 할 점들을 찾아가면서 ‘같은 회사 동료’로서 함께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콜마의 원·하청간 임금격차는 2024년 말 기준 원청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사내협력사 하청노동자 입사 1년차는 69.3, 5년차는 71.8로 적은 편이다.
2024년 6월 기준 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300인 이상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총액(100)을 기준으로 300인 이상 비정규직은 62.3이고 300인 미만 정규직은 57.7, 비정규직은 41.5에 불과했다.
송 인사팀장은 “창업정신을 계승해 차별요소가 있으면 지속적으로 개선하면서 상생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