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살롱

‘인터넷 건강기사’가 말하지 않는 것들

2025-08-25 13:00:02 게재

포털뉴스 첫 화면에 뜬 ‘○○ 하나면 수명 10년 늘어난다’는 건강기사. 오래 살고 싶은 마음에 혹해서 클릭해 보니 특정식품의 성분 몇가지를 장수의 비밀처럼 포장해 놓았다. 결론은 “골고루 먹고 꾸준히 운동하라”는 뻔한 이야기였다. 자극적인 제목에 시간을 낭비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했을 것이다. 기사 하나로 삶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처럼 과장된 건강뉴스는 순간 눈길을 끌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실망만 남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절반 이상이 온라인 뉴스의 신뢰도를 낮게 보고 있다. ‘과장되었다’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이유가 가장 많았다. 실제로 포털이나 SNS에서 건강기사를 본 뒤 “내용이 광고 같다”는 반응도 흔하다.

이런 기사들은 마치 한 공장에서 찍어낸 듯 비슷하다. 처음에는 우연 같지만 반복되다 보면 일정한 패턴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속에는 사람들의 판단을 흔드는 공통의 기제가 숨어 있다.

전통과 권위로 포장한 엉터리 주장

첫째, ‘전통의 오류(Fallacy of Tradition)’다. 오랫동안 전해진 음식이나 약재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한 효능이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다. “옛 선조들이 즐겨 먹던 ○○가 만병을 고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전통에는 지혜가 담겨 있지만 그것이 곧 과학적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전통이나 자연이라는 말만으로 검증을 건너뛰는 태도는 결국 맹신을 낳는다.

둘째, ‘부적절한 권위의 오류(Fallacy of Inappropriate Authority)’다. 유명 연예인이나 방송인이 “이 식품을 먹고 건강을 되찾았다”는 이야기가 기사로 포장되어 퍼진다. 의학적 전문성이 없는 인물임에도 대중은 인기도를 권위처럼 받아들인다. 개인의 체험담은 과학적 증거가 될 수 없으며, 잘못된 모방행동을 부추길 수 있다.

셋째는, ‘외국 권위의 오류(Fallacy of Foreign Authority)’다. 외국 대학의 연구 결과라거나 해외에서 주목받는 식품이라는 말만으로 기사의 신뢰도가 높아진다. 그러나 실제로는 제한된 실험이거나 맥락이 잘린 자료일 때가 많다. 출처가 의학과 무관한 연예매체이거나, 전문가라 소개된 인물이 관련 학위나 경력은 없고 심지어 그 주장으로 수익을 얻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외국’이라는 꼬리표 하나가 근거의 빈틈을 가려 버린다.

이 세 가지 오류에는 공통의 동기가 있다. 겉으로는 건강정보를 전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사업홍보 수단이 되기도 한다. 매체는 조회수와 발행부수를 끌어올리고,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는 인지도를 넓힌다. 결국 독자들의 관심과 불안이 자본으로 바뀌는 구조 속에서 같은 오류가 재생산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제는 비판을 넘어 구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는 온라인 건강기사가 과학적 근거를 충족하는지, 광고성은 아닌지 확인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과장되거나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에는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 국민 건강에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정부가 적극적인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한다.

언론과 인터넷 미디어의 책임도 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국민의 67.7%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며, 젊은 층은 물론 중장년층도 유튜브를 자주 이용한다. 이런 주요 플랫폼이 클릭 수만 좇는다면 결국 자신들의 신뢰도를 스스로 깎아내릴 뿐이다. 플랫폼 차원에서 과장된 건강정보에 대한 경고표시나 사실 확인절차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독자도 비판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자극적인 제목은 한번 더 의심하고, 체험담이나 전통이라는 말만으로 효과를 확신해서는 안 된다. 연구결과 하나를 절대적 진리처럼 믿는 태도 역시 경계해야 한다. 스스로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법이다.

의심하고 확인하고 걸러내는 건 우리 몫

잘못된 건강정보가 미치는 해악은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전통, 유명인의 체험담, 외국 연구라는 포장으로 반복생산되는 기사들은 사람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판단을 흐리게 하며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지게 만든다. 더 나아가 이런 경험들이 누적되어 언론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사회에 혼란을 남긴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우리 몫이다. 우리는 어떤 태도로 이 정보의 홍수 속에 서 있을 것인가. 정부의 관리와 플랫폼의 책임 강화도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독자 스스로가 깨어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건강은 광고 문구나 자극적인 제목으로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의심하고, 확인하고, 걸러내는 습관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해답이다.

신승건 부산 연제구보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