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경기둔화 대응 위해 속속 금리 인하
트럼프 관세 충격에 대응
28일 한은·필리핀 발표 주목
아시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금리를 내리며 경기 둔화에 대응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으로 수출이 위축되자, 통화정책을 통해 충격을 완화하려는 것이다.
지난주 인도네시아와 뉴질랜드가 예상치 못한 ‘깜짝 인하’를 단행한 데 이어, 이번 주 목요일에는 한국은행과 필리핀 중앙은행이 동시에 결정을 내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시장 예상과 달리 금리를 내렸고, 뉴질랜드도 약한 수요가 임금과 물가를 끌어내릴 것이라며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아시아 전반의 금리 수준이 기존 전망보다 더 크게 낮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관세 충격은 이미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올해 초 5%였던 미국의 아시아 수입품 관세율은 현재 25%까지 올라갔다. 이에 따라 필리핀은 2026년까지 125bp(1.25%), 한국을 비롯해 태국·호주·말레이시아·대만은 각각 50bp(0.5%) 정도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금융시장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의 3개월물 금리 스왑 금리가 8월 들어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필리핀 스왑시장은 향후 6개월 동안 40bp 인하를 반영하는데, 이는 두 달 전 전망치보다 30bp 늘어난 것으로, 시장이 추가 인하 가능성을 반영한 결과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아시아 경제는 비교적 견조했다. 미중 협상에 대한 기대와 관세 부과 전에 몰린 수출 물량 덕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관세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며 반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싱가포르 OCBC은행은 “선적 효과가 사라지면서 앞으로 수출 증가세가 약해질 것”이라며 “결국 금리 인하가 주된 대응 수단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물론 금리 인하는 통화가치 하락과 물가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다음 달 추가 완화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달러 약세가 아시아 통화에 일정 부분 완충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로 올해 아시아 주요 통화는 달러 대비 강세를 이어가고 있어 각국 중앙은행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씨티그룹의 네이선 시츠 수석 경제학자는 “명확한 처방은 미국 외 지역의 통화정책 완화”라며 “관세 충격은 임금과 물가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목요일 발표될 한국은행과 필리핀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이 아시아 전역의 흐름을 가늠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선제적 인하에 나설지, 아니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지가 관심사이며, 필리핀 역시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라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어 쉽지 않은 선택을 앞두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