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 디지털 유로 개발 가속

2025-08-25 13:00:01 게재

미 스테이블코인 법 통과에

놀라 "속도 높여야" 분위기

미국 의회가 2880억달러 규모의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규율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유럽 중앙은행(ECB)이 디지털 유로 도입 논의를 서두르고 있다. 이번 조치는 달러 중심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이 유럽 금융 안정과 통화 주권에 미칠 위험을 우려한 결과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ECB는 수년간 디지털 유로 개발을 검토해왔으나, 이번 미국의 신속한 입법으로 “계획을 재검토하고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논의 과정에서 자체 블록체인뿐 아니라 이더리움, 솔라나 등 개방형 블록체인 활용 가능성도 검토되고 있다.

익명의 관계자는 “미국 법안 통과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며 “속도를 내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피에로 치폴로네 ECB 집행이사는 지난 4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유럽의 금융 안정과 전략적 자율성에 우려를 제기한다”며 “유로 예금이 미국으로 이동하고 달러의 국제 결제 역할이 강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곧 유럽이 자국 통화의 위상 강화를 위해 디지털 자산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는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럽 내에서도 이미 일부 유로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했으나, 최대 규모인 서클의 유로화 연동 코인조차 시가총액이 2억2500만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서클, 테더가 주도하며 글로벌 결제와 자산 거래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은 외국 결제수단에 과도하게 의존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ECB는 디지털 유로가 도입될 경우 현금 사용이 줄어드는 환경에서 시민들에게 중앙은행이 보증하는 안전한 결제수단을 제공하고, 동시에 유로화의 국제적 입지를 지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더 나아가 개방형 블록체인을 채택할 경우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어 활용도와 유통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지만, 공개 장부 구조 특성상 거래 내역이 모두 노출되는 점은 정보유출 우려를 낳는다.

이에 일부 관계자들은 중국의 디지털 위안처럼 폐쇄적 구조를 선택할 경우, 미국 민간 기업이 발행하는 토큰 모델과 차별화되면서도 통제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CB는 “중앙화 및 분산화된 다양한 기술을 고려하고 있으며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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