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북한의 청년절과 MZ세대

2025-08-26 13:00:02 게재

8월 1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청년의 날이다. 매해 세계 청년의 날을 맞아 UN은 청년과 관련한 주요 의제를 선정하여 기념식, 국제회의, 캠페인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올해도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지역 청년 행동과 그 너머”(Local Youth Actions for the SDGs and Beyond)라는 주제 하에 여러 활동이 이루어졌다. 이처럼 국제사회적 차원에서 청년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연대를 위한 다양한 활동이 벌어지는 가운데, 북한은 어떨까.

북한에도 청년을 위한 날이 있다. 바로 ‘청년절'이다. 북한의 청년절은 김일성이 결성했다는 조선공산주의청년동맹 창립일인 8월 28일을 1991년부터 지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청년절의 지정과 기념은 당시 구사회주의권 붕괴 등 대외적 환경 변화에 따라 조선공산주의청년동맹이 갖는 상징성을 통해 대내적 결속을 도모하고자 한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위기 상황을 주도적으로 극복해가야 할 세대인 청년에 대한 강조를 통해 청년들이 조국수호와 사회주의강국 건설에 복무할 것을 독려하는 것이 중요했던 것이다.

북한의 MZ ‘장마당’ 세대와 청년문제

북한은 청년절의 지정 이후 매해 청년절을 기념하며 다양한 행사를 치루고 있는데, 김정은 시대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올해도 청년절 35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가 추진될 것으로 보이고,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을 독려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청년절은 청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관심보다 북한의 청년을 통해 북한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문제적' 청년을 교화하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청년 문제에 대한 관심과 청년 주도로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는 장을 열어가려는 UN의 세계 청년의 날과 분명히 다른 점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를 아울러 MZ세대라 일컫는다. 이들은 기존의 세대와 다른 가치관과 생활양식을 보인다. 북한에도 MZ세대라 일컬을 수 있는 세대가 있는데 흔히 ‘장마당세대’라고 불리는 이들로, MZ의 M은 Market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들도 한국의 MZ세대와 마찬가지로 기존 세대와 다른 삶의 태도와 양식을 보인다. 이러한 다름은 남북한 모두 변화한 사회경제적 환경에서 기인한다. 그래서 남북한 모두 이러한 변화를 사회적 문제로 간주하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문제 해결에 관심을 둔다. 하지만 이 문제를 접근하는 데서는 차이가 있다.

우리 사회는 MZ세대가 경험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하지만 북한은 MZ세대로 인해 나타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북한 MZ세대의 국가에 대한 충성도나 집단을 중시하는 삶의 태도는 기존 세대에 비해 현저히 약화되었다. 자본에 대한 관심이 높고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는 태도를 보이며, 국가와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심과 관련한 당위성이 적다.

북한이 인식하는 청년문제는 청년이 경험하는 문제가 아니라 청년으로 인해 발생하는 혹은 발생할 수 있는 사회통제의 문제이다. 그래서 북한의 경우 MZ세대가 사회적 질서를 훼손하는 것을 막기 위해, MZ세대가 국가를 위해 충성하도록 다각도의 노력을 펼친다. 청년절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진다. 청년절을 통해 청년을 축하하기도 하지만 축하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가를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청년의 모습을 부각함으로써 국가의 요구에 부응하는 청년이 될 것에 대한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실제 속내이다. 이처럼 북한의 청년절은 북한 당국이 청년을 어떻게 인식하는가를 보여주는 날이기도 하다.

청년을 위한 청년절이 되기 위해서는

북한 청년의 변화는 북한 사회 내부의 여러 균열을 야기하는 동력이 되기는 하지만, 북한 사회의 강력한 통제구조로 인해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변화의 동력이 커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연대가 필요한데, 북한 사회 내부의 연대도, 국제사회와의 연대도 쉽지 않다. 향후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의 청년이 외부 사회와 접촉할 기회들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남북교류협력의 재개를 통해서든 국제협력을 통해서든 북한 당국이 부여하는 ‘청년’의 정체성이 아니라 스스로 청년의 정체성을 만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사회와 국제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조영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