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00% 당신과 함께 한다”

2025-08-26 13:00:04 게재

미 언론들 “북한과 대화·조선업 투자 합의 … 관세 인하 불발로 과제 남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환영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5일(현지시간) 백악관 정상회담은 긴장 속에 시작됐다. 회담 직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숙청이나 혁명처럼 보인다. 우리는 그런 상황에서는 그곳에서 사업을 할 수 없다”라고 게시글을 올린 탓이다. 하지만 실제 만남은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됐고 “우려됐던 긴장은 피했다”는 게 미국 언론의 평가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전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교회 압수수색과 정치 불안을 언급하며 한국 내 혼란이 동맹 관계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심지어 “새 정부가 미군 기지에 들어가 정보를 가져갔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러나 트럼프가 회담에서 직접 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사안은 자신의 임기 이전부터 이어진 정치적 혼란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틀림없이 오해일 것(I am sure it’s a misunderstanding)”이라고 답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태도를 바꿔 “그는 한국을 매우 훌륭히 대표하는 인물”이라며 이 대통령을 평가하고, “당신의 당선을 축하한다. 우리는 100% 당신과 함께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와 집무실 장식을 언급하며 화답했고,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장 큰 관심사였던 통상 문제에서는 진전이 없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한국산 수입품에 부과된 15% 관세를 낮추려 설득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약속한 합의를 그대로 지킨다”며 기존 조건을 고수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지난 7월 말 양국이 막판 타결한 합의를 언급하며,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 규모 투자를 약속하는 대신 25% 고율 관세 위협을 피하고 15%로 줄이는 데 그쳤다고 전했다. 그러나 양국 모두 구체적 합의문을 내놓지 않아 해석 차이가 남아 있고, 미국은 투자 이행 계획을 압박하는 반면 한국은 추가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 구상을 설명하며 “북한과 평화가 이뤄진다면 트럼프 타워를 평양에 세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과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다”며 “곧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1차 임기 동안 김 위원장과의 두 차례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매우 친밀한 관계”가 형성됐다고도 강조했다.

또한 양국은 방위비 분담과 주한미군 문제도 논의에 올렸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앞서 한국이 국방비 지출을 늘릴 의향이 있다고 밝혔고, 이재명 대통령 역시 2030년까지 한반도 내 연합군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에서 한국으로 이양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한미군 감축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지만, 한국 내 주요 미군 기지의 토지 소유권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우리는 그 요새를 건설하는 데 많은 돈을 썼고, 한국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 하지만 그 대규모 미군 기지가 있는 땅의 임차 방식을 없애고 토지 소유권을 가질 수 있는지 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 조선업체의 미국 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 계획을 환영하며 “한국산 선박을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 역시 조선업 협력을 통한 동맹 강화 의지를 밝혔다.

한편 같은 날 대한항공은 약 100대 규모의 보잉 항공기 주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이는 한국 항공사 역사상 최대 규모로, 트럼프-이재명 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공개돼 주목을 끌었다.

블룸버그는 이번 첫 정상회담은 민감한 관세를 합의된 15%보다 낮추지는 못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이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고 동맹 강화를 강조함으로써 선거 이후 불거졌던 불안감을 일정 부분 누그러뜨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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