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00% 당신과 함께 한다”
미 언론들 “북한과 대화·조선업 투자 합의 … 관세 인하 불발로 과제 남아”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전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교회 압수수색과 정치 불안을 언급하며 한국 내 혼란이 동맹 관계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심지어 “새 정부가 미군 기지에 들어가 정보를 가져갔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러나 트럼프가 회담에서 직접 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사안은 자신의 임기 이전부터 이어진 정치적 혼란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틀림없이 오해일 것(I am sure it’s a misunderstanding)”이라고 답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태도를 바꿔 “그는 한국을 매우 훌륭히 대표하는 인물”이라며 이 대통령을 평가하고, “당신의 당선을 축하한다. 우리는 100% 당신과 함께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와 집무실 장식을 언급하며 화답했고,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장 큰 관심사였던 통상 문제에서는 진전이 없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한국산 수입품에 부과된 15% 관세를 낮추려 설득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약속한 합의를 그대로 지킨다”며 기존 조건을 고수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지난 7월 말 양국이 막판 타결한 합의를 언급하며,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 규모 투자를 약속하는 대신 25% 고율 관세 위협을 피하고 15%로 줄이는 데 그쳤다고 전했다. 그러나 양국 모두 구체적 합의문을 내놓지 않아 해석 차이가 남아 있고, 미국은 투자 이행 계획을 압박하는 반면 한국은 추가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 구상을 설명하며 “북한과 평화가 이뤄진다면 트럼프 타워를 평양에 세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과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다”며 “곧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1차 임기 동안 김 위원장과의 두 차례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매우 친밀한 관계”가 형성됐다고도 강조했다.
또한 양국은 방위비 분담과 주한미군 문제도 논의에 올렸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앞서 한국이 국방비 지출을 늘릴 의향이 있다고 밝혔고, 이재명 대통령 역시 2030년까지 한반도 내 연합군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에서 한국으로 이양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한미군 감축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지만, 한국 내 주요 미군 기지의 토지 소유권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우리는 그 요새를 건설하는 데 많은 돈을 썼고, 한국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 하지만 그 대규모 미군 기지가 있는 땅의 임차 방식을 없애고 토지 소유권을 가질 수 있는지 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 조선업체의 미국 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 계획을 환영하며 “한국산 선박을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 역시 조선업 협력을 통한 동맹 강화 의지를 밝혔다.
한편 같은 날 대한항공은 약 100대 규모의 보잉 항공기 주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이는 한국 항공사 역사상 최대 규모로, 트럼프-이재명 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공개돼 주목을 끌었다.
블룸버그는 이번 첫 정상회담은 민감한 관세를 합의된 15%보다 낮추지는 못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이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고 동맹 강화를 강조함으로써 선거 이후 불거졌던 불안감을 일정 부분 누그러뜨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