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홀, 선진국 ‘노동력 부족’ 경고

2025-08-26 13:00:02 게재

경제성장·물가안정 위해

이민 정책 ‘결정적 역할’

세계 주요 중앙은행 수장들이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고령화 충격을 완화하려면 외국인 노동력이 성장과 물가 안정을 떠받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 일본은행(BoJ) 우에다 가즈오 총재, 영란은행(BoE) 앤드루 베일리 총재는 저출산과 장수로 인한 노동력 부족이 잠재성장률을 낮추고 임금 압력을 통해 물가를 밀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에다 총재는 일본의 급속한 고령화가 노동력 부족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노동력의 약 3%에 불과하지만 최근 노동력 증가의 절반을 책임졌다고 설명하며 “추가적인 증가는 분명히 더 폭넓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유럽에서 이민의 역할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인구 구조의 역풍을 상쇄하는 데 외국인 유입이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들이 2022년에 전체 노동력의 약 9%에 불과했지만 지난 3년간 그 증가의 절반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민자가 없었다면, 노동시장 여건은 더 빡빡하고 산출은 더 낮았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FT는 유로지역에서 외국인 유입이 없을 경우 2040년까지 가동연령 인구가 340만명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베일리 총재는 영국이 직면한 생산성 둔화와 인구 고령화의 결합이 “심각한” 도전이라고 진단했다.

팬데믹 이후 노동시장에 복귀하지 않은 인구가 늘어난 배경으로 “매우 우려스러운 전개”인 정신건강 문제를 꼽으며, 실업률보다도 “비활동 (측정)에 훨씬 더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층 고용률 하락과 중장년 남성의 이탈이 겹치면서 인력 부족과 임금 상승 압력이 동시에 커진다는 우려다.

세 수장은 단기 경기 처방을 넘어 구조적 해법을 주문했다. 핵심은 줄어드는 노동공급을 이민 확대와 국내 참여율 제고로 보완해 잠재성장률을 지키는 것과 비활동 인구(일은 하지 않고 구직도 하지 않는 사람들)의 복귀다.

한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낮은 실업률 이면에 비경제활동 인구와 고령층 단시간 일자리가 늘었고, 일부 업종의 인력난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외국인 근로자 선별 유입과 자격 인정 간소화, 여성·고령층의 안정적 근로시간 확대를 병행해 ‘노동력 총량’을 늘리는 논의를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베일리 총재가 강조한 대로 비활동 지표를 정례 점검해 현장의 병목을 조기에 해소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결국 잭슨홀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고령화가 먼저 타격하는 쪽은 수요가 아니라 공급이며, 통화정책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이민 정책과 참여율 확대 정책 패키지가 병행될 때 성장과 물가 안정을 함께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세 중앙은행 수장이 확인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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