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야와 대화”…여 ‘악수 거부’ 해제?
“힘들어도 당연히 대화해야”
국힘 “말 아닌 행동 보여야”
국민의힘이 반탄파(윤석열 탄핵 반대파) 지도부를 선택한 가운데 집권여당의 대야 기조에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태도에는 변함없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 입장은)여당 대표 입장과 다르다”며 대화 불가피론을 거듭 천명했기 때문이다. 제1야당의 새 지도부 선출을 계기로 여당의 강경대응 태세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4일 전용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야당의 대표가 법적인 절차를 거쳐서 선출되면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며 “여당 대표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입장과 대통령의 입장은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불법계엄을 반성하지 않는 반탄파 인사들과 ‘악수하지 않는다’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는 처지가 다르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국정을 맡는 순간부터는 여당을 대표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대표해야 한다”면서 “힘들더라도 대화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청래 대표는 ‘당 대 당으로 (야당과) 경쟁하는 입장’이고 대통령은 ‘양자를 통합하고 국민을 대표해 국민의 입장에서 대한민국 전체를 지휘해야 할 입장’이라고도 했다.
이재명정부 국정운영 지원을 제1 과제로 제시했던 정청래 대표체제가 국민의힘에 의례적 인사마저 거부했던 기존 입장을 유지해갈지 관심이다. 국민의힘은 25일 논평을 내고 “대통령은 손을 내미는 척하고 민주당은 주먹을 휘두르는 익숙한 굿캅 배드캅 쇼”라며 “대통령의 메시지가 진정성을 얻으려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협치는 말로만 쌓아 올리는 공염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경기조를 주도해 온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25일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당연하고 옳은 말씀”이라며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여야를 다 아울러야 한다. 나는 여당 대표로서 궂은 일, 싸울 일을 하는 것이다. 따로 또 같이”라고 적었다. 국민의힘 새 지도부가 계엄·탄핵 등에 대해 기존 입장을 유지하는 한 여당 기조가 바뀌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물론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정 대표가 (야당과) 악수를 하지 않겠다고 한 발언은 실제 악수를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제1야당이 내란 위헌 불법 비상계엄에 대해 동조하는 듯한 태도를 단절해줌으로써 기꺼운 마음으로 대화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춰달라는 정중한 요청이었다”고 말했다.
여야간 대화 정상화 열쇠는 국민의힘 새 지도부의 변화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반탄파로 불리며 당내 강경 목소리를 대변해 온 국민의힘 지도부가 전향적 목소리를 내놓을 경우 여야 관계도 반전의 계기를 찾는 것은 시간 문제일 수 있다.
일각에선 국정운영의 1차적 책임이 있는 여당이 유연성을 발휘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방송법·노란봉투법·상법개정 등 현안입법을 사실상 여당 독주로 끌고 온 상황에서 검찰·사법개혁 등 현안까지 밀어붙이는 양상으로 밀고 가기엔 여권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여당 한 재선의원도 “야당 입장에선 선명한 입장을 내고 진영을 대표하면 되지만 여당은 과정과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여당=배드캅 인식이 고착화되면 국정운영세력에 대한 신뢰도에 문제가 생기고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중진의원도 “대통령이 여야 대표를 초청해 한·미,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결과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면서 여야 대화도 복원하는 계기로 삼는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