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청’ 언급에 긴장…‘피스·페이스메이커’ 농담에 웃음꽃

2025-08-26 13:00:02 게재

트럼프, 한미정상회담 시작 2시간 전 SNS에 글 올려

이 대통령, 소인수회담서 직접 설명 …“오해라고 확신해”

만년필 즉석 선물 …“세계평화에 관심 지도자” 칭찬 세례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5일(현지시간) 첫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숙청·혁명’ 언급 때문에 시작하기도 전에 싸늘하게 얼어붙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러나 실제로 두 정상이 얼굴을 마주했을 때에는 친근한 제스처와 농담이 오가며 유쾌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MLB 유니폼 선물 받은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리셉션에 참석해 미국 칼라일 그룹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공동회장(왼쪽)으로부터 이 대통령 이름이 새겨진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 유니폼을 선물받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2시간 반쯤 앞두고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가. 숙청 또는 혁명같이 보인다. 우린 이를 수용할 수 없고, 거기서 사업할 수 없다”고 적었다. 이 글의 여파는 빠르게 퍼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등에 대한 비판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면서 국내 정치권에선 여당 의원들은 “동맹국에 대한 예의를 갖추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는 정상회담 직전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자리에서 가진 질의응답에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의 새 정부가 교회에 대해 매우 악의적인 습격을 하고, 심지어 우리 군사기지에까지 들어가 정보를 얻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당초 예상됐던 윤 전 대통령 건은 아니었지만 회담과는 아무 상관 없는 상대국 사정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는 점에서 실제 정상회담이 어떤 분위기로 진행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당황스러운 분위기가 대통령실 내에서 감지됐다. 이른바 이를 핑계로 ‘매복 공격’이라고 불리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외국 정상 망신주기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방명록 서명시 의자를 빼주는가 하면 친근하게 어깨에 손을 올리며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펜에 관심을 보이자 즉석에서 선물하며 호의를 표했다. 조마조마하게 회담 장면을 바라보고 있던 대통령실 인사들을 안도시킨 장면이었다.

이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소인수회담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우호적인 분위기는 이어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교회 압수수색 건 등에 대한 설명을 이 대통령에게 직접 요청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국회가 임명하는 특검에 의해 사실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검사가 하는 일은 팩트 체크로, 미군을 직접 수사한 게 아니고 그 부대 안의 한국군 통제 시스템을 확인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해라고 생각한다”며 “교회 압수수색에 관한 소문이 있었는데, 오해라고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질의응답에 앞서 있었던 모두발언에선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칭찬을 이어가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끌어갔다. 이 대통령은 집무실에 대해 “황금색으로 빛나는 게 정말 보기 좋다. 품격이 있어 보이고 미국의 새로운 번영을 상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미국 다우존스 지수의 사상 최고치 경신, 제조업 분야 르네상스, 중동 등 세계의 분쟁 지역에서 ‘피스메이커’ 역할 등을 거론하며 칭찬세례를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세계 지도자 중에 전세계 평화 문제에 트럼프 대통령처럼 관심을 갖고 실제로 성과를 낸 경우는 처음으로 보인다”고 추켜 세웠다.

또 “저의 관여로는 남북관계가 개선되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 이 문제를 풀 유일한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이다”라며 “대통령이 피스 메이커를 하면 저는 페이스 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 발언에 웃으며 “북에 대해 큰 진전을 이뤄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고맙다. 굿잡”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식이 길어지면서 예정 시간보다 늦게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애초 정오에 백악관을 찾을 예정이었으나 12시 32분께 백악관에 도착했다. 12시 40분께 시작된 회담은 확대회담을 겸한 업무오찬까지 합쳐 약 2시간 20분간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미 양국 기업들이 참여하는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정책연설, 미 오피니언 리더들과 만찬 간담회 등의 일정을 이어갔다.

방미 마지막 날인 26일에는 알링턴 국립묘지 헌화 후 필라델피아로 이동해 서재필 기념관을 방문한 뒤 한미 조선업 협력의 상징인 한화 필리조선소를 시찰할 예정이다.

워싱턴DC=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김형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