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MBK파트너스 제재 속도…투자한 국민연금 압박

2025-08-27 13:00:01 게재

이찬진 원장, 국민연금의 MBK 투자 예전부터 비판

‘기관경고’ 이상 제재 조치 나오면 투자금 회수 가능

금융감독원이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조사를 검토하고 있으며 MBK파트너스에 대한 제재 절차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홈플러스가 이달 15개 점포 폐점을 발표하면서 고용 문제로 인한 노동조합과 정치권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최근 대통령실이 금감원이 진행 중인 MBK파트너스의 제재 절차를 파악했고, 이찬진 금감원장도 신속한 제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금감원은 검찰에 통보한 MBK파트너스의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에 대한 수사결과가 나오면 제재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최근 상황이 급격히 바뀐 것이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국민연금이 투자한 홈플러스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상환권 양도와 관련한 일련의 과정에 대해 전방위적인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지난 3월 RCPS 상환권 양도 과정에서 MBK파트너스가 출자자(LP)인 국민연금의 이익을 침해했는지 조사했던 것과는 방향이 달라졌다. 국민연금이 RCPS 상환권 양도를 인지하고도 적극적으로 막지 않아서 사실상 국민연금의 권리를 포기한 것은 아닌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2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방문하며 택배노조, 홈플러스 사태 공대위 등 각계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국민연금은 2015년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 RCPS 5826억원, 보통주 295억원 등 6121억원을 투자했다. RCPS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SPC(특수목적법인)인 한국리테일투자가 발행했다. 투자자는 우선주 형태로 발행되는 RCPS에 대해 일정 기간 후 상환권이나 보통주로 전환하는 권리를 갖는다. 회계상 투자자에게 상환권이 있으면 부채로, 보통주로 전환해 상환권이 없는 경우 자본으로 분류된다.

한국리테일투자는 홈플러스가 발행한 RCPS의 상환권을 홈플러스에 넘기면서 RCPS는 회계상 부채에서 자본으로 전환됐고, 그 결과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은 대폭 개선됐다.

MBK파트너스의 지배하에 있던 한국리테일투자가 상환권을 홈플러스에 양도했고 결과적으로 홈플러스는 RCPS를 자본으로 재분류, 부채비율을 개선한 반면 국민연금이 투자한 RCPS는 사실상 보통주 성격으로 바뀐 것이다. 이후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고, RCPS는 부채가 아닌 자본이라는 점에서 변제순위가 후순위로 밀리게 됐다.

이 원장은 상환권 양도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월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은 ‘국민연금은 MBK파트너스에 철저히 책임을 추궁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연금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현 이찬진 금감원장이다.

연금행동은 성명에서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감에 따라,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 과도한 금액을 투자한 국민연금이 대규모 투자 손실을 입게 생겼다”며 “RCPS의 80% 이상이 국민연금 몫인 걸 따지면 더 받아내야 할 금액만 6000억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국민의 피와 땀으로 쌓아올린 기금이 먹튀 투기자본의 배불리기에만 이용된 채 증발할 위기에 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연금행동은 국민연금이 MBK에 투자한 금액을 회수하는 것은 물론, ESG 책임투자 원칙에 어긋난 행위 및 민생과 기업, 국민연금기금에 손해를 입한 행위 등에 끝까지 책임을 추궁하고, 이에 맞는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연금행동은 10년 전인 2015년 8월 홈플러스 매각입찰 당시 국민연금의 MBK파트너스에 대한 투자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 원장이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국민연금에 대해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한 것은 연금행동 공동집행위원장 당시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연금은 지난 3월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홈플러스가 발행한 RCPS의 상환조건 변경에 관해 사전에 인지하고 있지 않았지만, 통상적인 사모펀드 구조상 SPC를 통해 투자한 투자자산의 주요 의사결정 관련 사항은 펀드 투자자의 동의 사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MBK파트너스에 대한 제재 절차를 빨리하는 것도 국민연금과 관련이 있다. MBK파트너스가 기관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을 경우 국민연금이 MBK파트너스의 위탁운용사 선정을 취소하고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국내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선정 및 관리기준에는 법령 위반에 따른 기관경고 이상의 제재 등을 받는 경우 위탁운용사 선정 절차 중단이나 취소가 가능하다고 돼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MBK파트너스 등 4개사를 국내 사모투자 위탁운용사로 최종 선정했고, 올해 2월에는 MBK파트너스가 새로 결성한 6호 블라인드펀드에 약 3000억원 투자를 약정했다.

MBK파트너스는 출자자 이익 침해와 내부통제 의무 위반혐의 등을 받고 있으며 금감원은 추가 검사를 검토했지만, 지금까지의 검사 결과를 토대로 제재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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