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 “환경데이터가 경쟁력”
유럽연합 2027년부터 디지털제품여권 의무화 … 글로벌업체 시스템구축
유럽연합(EU)이 2027년부터 디지털제품여권(DPP:Digital Product Passport)제도를 의무화함에 따라 섬유·패션 업계는 소재 생산지 탄소배출 재활용 가능성 등 전 과정의 환경 데이터를 공개 및 관리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DPP는 단순한 라벨 표기를 넘어 제품의 생애주기를 디지털로 추적해 소비자와 업계 전반에 투명성을 제공하는 제도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베인앤컴퍼니와 이베이는 이 제도가 패션 제품 ‘수명 가치’를 최대 두배까지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환경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경쟁 질서가 다가오는 가운데 이미 내구성과 지속가능성을 기업 철학으로 삼아온 기업이 있다.
27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패션섬유회사 고어는 2014년부터 매년 ‘사회적 책임 보고서’를 발간하며 ESG 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해왔다.
2018년부터는 고어텍스 소비자 의류 원단에 PFC-프리 발수처리시스템을 도입해 환경 부담을 낮추면서 제품 내구성을 높이는 지속가능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고어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 Zero)을 실현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2030년까지 자사 시설 탄소배출량 60% 감축, 제품 관련 배출량 35% 감축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2024년 사회적 책임 보고서에 따르면 섬유사업부 Scope 3(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 배출량을 전년대비 7% 줄였으며, Scope 1&2(자체 운영에서 발생하는 직접 및 간접 배출) 배출량은 -54%를 기록해 2025년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 또한 제조시설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역시 75%에 도달했다.
혁신 소재 개발에서도 고어는 선두에 서 있다. 대표적인 사례인 ‘ePE 멤브레인’은 기존 고어텍스 소재 방수·방풍·투습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PFC-Free 기술을 적용해 환경 영향을 크게 줄였다. 더불어 재활용 원단 원액염색·무염색 기법을 도입해 물 사용량을 최대 60%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소재는 2025년 하반기까지 고어텍스 전 제품군에 순차 적용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내구성·프리미엄·지속가능성’이라는 고어의 핵심 가치를 아우르는 섬유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예정이다.
DPP 시행까지 2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정부와 패션업계는 DPP 요구사항과 이를 충족하기 위한 정보 시스템 구축 필요성을 잇달아 강조하고 있다.
섬유 공급망 전체 원자재정보 제조이력 탄소배출량 재활용가능성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만큼, 단순한 라벨 표기 수준을 넘어선 디지털 데이터 관리 체계가 필수다.
해외에서는 이미 대체 방안을 구축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사례를 속속히 선보이고 있다. 영국 패션 브랜드 노바디스 차일드(Nobody‘s Child)는 업계에서 가장 먼저 DPP 도입에 나선 사례 중 하나다.
현재는 주요 제품군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제품 케어라벨에 부착된 QR코드를 통해 소비자는 전 주기 공급망정보 탄소발자국 물사용량 관리 방법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홈페이지에서는 원료가공 염색 봉제 등 공정별 국가·공장 정보와 참여 근로자 수까지 공개하며, 단순한 제품 구매를 넘어 생산 과정 전반의 투명성을 제공한다.
미국 유통 대기업 타겟도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2024년 자사 의류 브랜드 ’유니버설 스레드‘ 약 3500만벌에 DPP를 적용, QR코드를 통해 소재 구성 제조국 생산일자 등 기본 정보와 함께 세탁법 스타일추천 중고판매경로까지 제공했다. 나아가 중고 거래 플랫폼 포시마크(Poshmark)와 연동해 재판매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했다. 이를 통해 판매 이력과 재활용 데이터를 동시에 축적해 순환경제 전략을 본격적으로 가동해오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패션 시장이 빠르게 DPP가 적용된 제품 생산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정부와 국내업체들도 DPP구축을 위한 시스템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