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매료시킨 것 자체가 승리”

2025-08-27 13:00:02 게재

폴리티코 “체면 구기지 않고 회담 마무리 … 계산된 칭찬공세와 전략 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회담 도중 손을 맞잡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는 25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첫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예상 밖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고 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평가했다.

보도에 따르면 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한국에서 “숙청이나 혁명”(Purge or Revolution)이 일어날 수 있다는 글을 올려 한국 외교단을 긴장하게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방문이나 북한 골프타워에 대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매료시켰다. 폴리티코는 “그 자체로 승리”(That, in itself, counts as a win)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의 태도를 ‘계산된 전략’으로 분석했다. 네이선 박 퀸시연구소 연구원은 “이재명 대통령은 시장과 도지사를 거쳐 올라온 실무형 인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한다”며 “사람들을 만나고 분위기를 다지는 데 능숙하다”고 말했다. 이는 학자형 인물로 스스로를 규정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는 대조적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저서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을 읽었다고 언급하며 협상가로서의 트럼프 스타일을 이해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회담 발언에서 골프, 트럼프타워, 증시,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같은 트럼프의 관심사들을 언급해 친근감을 유도했다.

한국 내 일부 시청자에게는 과도하게 보일 정도의 칭찬이 이어졌지만, 최근 국제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다루는 통상적 방식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각자 방식의 칭찬공세(flattery)로 트럼프 대통령의 호감을 이끌어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이 대통령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접근했지만, 미국 우선주의와 연계한 발언으로 한국의 안보 이익을 트럼프에게 ‘윈윈’으로 설명한 점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대표적 사례가 방미 직전 일본 방문을 언급한 대목이다. 과거 한국 대통령들이 첫 정상회담으로 미국을 가장 먼저 찾은 전례를 깨고 이시바 총리를 먼저 만난 것은 의외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3국 협력을 강조하는 것을 알기에 일본을 방문해 어려운 문제를 풀고 왔다”고 설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고개를 끄덕이며 호감을 표시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 평화 중재자’(peacemaker)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평화 중재자 역할을 한다면 저는 ‘페이스메이커’(pacemaker)로서 이를 돕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칼 프리드호프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 연구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이 미북 관계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매우 영리한 접근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전략적 언행은 회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철수나 관세 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서 공개적으로 압박하지 않도록 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친구이기 때문에”라며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공개 논쟁으로 끌고 가지 않았고, 한국 내 교회 압수수색 관련 발언도 오해였을 수 있다고 물러섰다.

관세 협상은 여전히 15% 수준에서 변동이 없고 안보 협의도 진행 중이어서 성과라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뒤 ‘그는 매우 훌륭한 사람이고, 한국을 잘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며 이 대통령이 최소한 체면을 구기지 않고 회담을 마무리한 점을 강조했다. 폴리티코는 바로 이 지점이 외교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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