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유럽 전기차 판매서 테슬라 제쳐

2025-08-27 13:00:03 게재

디젤게이트 10년 만에 반등

품질개선·신차공세로 성장

독일 폭스바겐이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앞질렀다고 블룸버그가 21일(현지시간) 전했다. 품질 개선과 신차 공세가 맞물리면서 2015년 ‘디젤게이트’ 이후 무너졌던 신뢰를 되찾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폭스바겐은 한때 존립 자체가 흔들릴 정도의 위기를 겪었다. 2015년 수백만 대 차량에 배출가스 조작 소프트웨어를 장착해 시험을 속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국 정부 제재와 소송에 휘말렸다. 320억유로(약 37조원) 이상의 벌금·리콜 비용을 떠안았고, 평판은 땅에 떨어졌다. 당시 임시 회장은 “정치적·도덕적 재앙”이라 했고, 지배 가문인 포르셰-피에히 일가는 “신뢰의 위기”라 규정했다.

폭스바겐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전기차로 방향을 틀었다. 2021년에는 2025년까지 글로벌 전기차 판매에서 테슬라를 추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첫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자체 소프트웨어 오류와 유럽 내 수요 부진이 겹쳤고, 중국 시장에서는 현지 기업에 밀렸다. 미국 시장에서도 반응은 미미했다.

3년 전 그룹 수장으로 취임한 올리버 블루메 CEO는 다시 칼을 빼들었다. 그는 소프트웨어·전기차 스타트업과 협력해 품질을 끌어올리고, 아우디·포르셰·폭스바겐 브랜드의 비용을 줄였다. 젊은 세대를 겨냥한 쿠프라와 스코다 등 저가 브랜드도 입지를 확대했다. 오는 9월 공개할 2만5000유로짜리 소형 해치백 ‘ID.2all’은 대중 시장 공략의 선봉이 될 전망이다. 블루메는 올해와 내년 각각 30종의 신차를 내놓겠다는 ‘모델 공세’를 선언하며 “매우 어려운 환경이지만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2분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38% 늘었고, 새롭게 개선된 ID 시리즈는 실내와 소프트웨어 품질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유럽에서는 테슬라를 앞지르며 전기차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일론 머스크의 정치적 논란이 반사이익을 준 측면도 있지만, 품질 개선 효과가 더 컸다는 분석이다. 폭스바겐은 2025년 유럽 최대 전기차 업체 자리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도 현지 파트너와 개발한 맞춤형 모델을 내년 출시할 계획이다.

블루메의 행보는 전임 CEO 헤르베르트 디이스가 추진했던 전기차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디이스는 디젤 사태 직후 전기차를 “전략적 핵심”으로 삼겠다며 배터리 공장 6곳 건설과 대규모 판매 계획을 내놨지만, 품질 문제와 소프트웨어 한계로 좌절했고 2023년에는 BYD가 중국 시장 1위를 차지했다.

결국 디이스가 물러나자 포르셰 CEO였던 블루메가 그룹 수장이 됐다. 그는 소프트웨어 자회사와 배터리 투자를 축소하고, 중국 샤오펑·미국 리비안과 협력해 기술을 보완했다. 독일 공장 인력 3만5000명을 줄였고, 포르셰·아우디도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그러나 두 브랜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와 중국 고급차 수요 위축으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7월 블루메는 내부 메모에서 “포르셰의 기존 사업모델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강도 높은 비용 절감을 주문했다. 아우디 역시 신차 출시 지연으로 라인업 노후화에 직면했다. 미국에서는 스카우트 EV 브랜드로 전기 픽업트럭 시장에 도전하지만, 전기 픽업 수요 둔화와 7500달러 세액공제 폐지로 전망은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블루메는 반등 가능성을 자신한다. 9월 뮌헨 모터쇼에서 다수 전기차 신모델을 공개할 예정이며, “디젤게이트 이후처럼 지금도 새로운 현실에 맞춰야 한다”며 “자유무역과 세계 성장, 제한된 경쟁이라는 지난 수십 년간의 조건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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