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행정통합 논의 사실상 무산 수순

2025-08-27 13:00:02 게재

대구·경북 민선 9기 장기과제 전환

부산·경남, 대전·충남도 동력 잃어

민선 8기 전국적으로 추진되던 시·도 행정통합 논의가 뒷전으로 밀려났다. 가장 적극적이던 대구·경북 통합은 민선 9기 장기 과제로 넘기는 분위기이고, 공론화 과정을 진행 중인 부산·경남 통합은 주민 공감대를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 다만 대전·충남이 다음달 통합을 위한 특별법을 국회에 발의하겠다며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성사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27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시·도 통합을 가장 강력하게 추진했던 대구·경북이 사실상 민선 8기 내 통합을 포기했다. 대구·경북은 지난해 통합 특별법안 초안을 완성했고, 두 주체 중 한 곳인 대구시의회 동의까지 얻었다. 하지만 경북도의회 동의 절차를 진행하던 중 비상계엄이라는 돌발상황이 벌어지면서 동력을 잃었고, 이재명정부가 들어서자 의지도 꺾이기 시작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하면서 마지막 추진 동력마저 상실했다.

대구·경북은 오히려 이재명정부가 국정과제로 내건 ‘5극 3특’ 정책에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통합에 앞서 협력 기반부터 조성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대구시는 국 단위 통합 전담조직인 행정통합추진단 기능을 ‘5극 3특’ 지원 부서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행정통합은 내년 출범할 민선 9기 장기 과제로 전환할 계획”이라며 “행정통합을 포기했다기보다는 협력사업부터 추진하라는 정부 기조에 맞춰 관련 정책들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경남도 행정통합 절차를 이행 중이지만 이 또한 지지부진한 상태다. 오는 29일 경남 창원에서 열리는 권역별 토론회를 끝으로 공론화 절차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통합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통합 목표 시한은 내년 지방선거가 아닌 2027년 총선으로 맞추면서 시간 압박에서도 벗어났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추진 동력을 잃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누가 시장·도지사로 당선되느냐에 따라 상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민선 7기 때 합의한 부·울·경 메가시티 결성이 민선 8기에서 폐기되는 경험을 했다. 한 부산시의원은 “공론화위원회가 통합 찬성 여론이 높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주민들의 반응은 무관심 그 자체”라며 “이런 상태에서 진행하는 통합논의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 절차는 그나마 순조로운 분위기다. 시·도의회에서 찬성 의견도 받았고, 단체장들의 의지도 여전히 강하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통합 특별법을 다음달 초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대전·충남은 대구시가 만든 통합 특별법에 과학수도 조성, 백제문화권 개발 등을 추가한 자체 법안을 만들었다. 대구 안보다 한 단계 진일보한 특별법안이라는 평가도 얻었다.

하지만 가장 큰 관문인 국회와 정부 설득이 남아있어 낙관할 수 없는 분위기다. 대전·충남은 국정기획위원회에 행정통합을 국정과제로 제안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대전·충남 지역공약에도 행정통합 지원은 빠졌다. 통합 추진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 동의를 구하는 일도 불가능해 보인다.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인 박정현 의원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충남이 지역구인 박수현·이재관 의원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한때 행정통합을 추진하다 무산된 광주·전남이 26일 특별자치단체 출범을 위한 선포식을 개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광주·전남은 정부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행정통합보다는 ‘5극 3특’ 정책 기조에 편승한 특별지자체 구성으로 방향을 잡았다.

행정안전부도 행정통합에 대해 ‘반대는 하지 않지만 지원하지는 않겠다’는 태도다. 새정부 국정과제에도 행정체제개편 내용이 들어있기는 하다. 균형성장 국정기조의 핵심인 ‘5극 3특과 중소도시 균형성장’ 세부 과제에 ‘행정체제 개편 추진’을 담았다. 다만 그 내용이 ‘지역 주도 행정체제 개편 추진을 통해 주민 삶의 질과 지역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아주 원론적인 내용 뿐이어서 당장 정책 추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말 그대로 ‘반대하지는 않되 지원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셈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역 주도로 추진하는 행정통합은 지원하겠다는 정책방향은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현재는 권역별 특별자치단체 설치·운영에 초점을 맞춘 정책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신일·최세호·윤여운·방국진·곽재우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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