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반도체 이어 조선업도 지분요구

2025-08-28 13:00:02 게재

베선트 재무장관, 전략산업 지분확대 시사…한국 투자와 연계 주목

2025년 8월 26일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 필리 조선소에 정박해 있는 훈련선 메인호. AFP=연합뉴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인텔 지분 확보 이후 차기 대상 산업으로 조선업을 거론하며 정부가 미국 조선업체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최근 MP 머티리얼즈, 인텔 등 전략산업에 대한 지분 확보 움직임에 이어 새로운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엔비디아는 논외로 했다.

베선트 장관은 27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엔비디아 지분을 확보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엔비디아가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건 지금 당장 논의 대상이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다른 산업들이 있을 수 있다. 조선업같이 우리가 재편하려는 것들, 그런 것들이 있을 수 있다”며 미국 내 자급자족이 필요한 핵심 산업임을 강조했다.

베선트 장관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론하며 “이는 거의 ‘실전 전쟁’을 대비한 베타 테스트였다”며 공급망 취약성을 지적했다. 그는 의약품 원재료의 80~90%가 해외에서 생산되는 현실을 예로 들며, 조선업 또한 장기적으로 미국이 독자적 역량을 회복해야 할 전략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 발언은 한국이 미국에 약속한 1500억달러 규모의 조선업 투자 패키지와 연계될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해당 패키지의 구체적 성격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양국 간 협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만약 미국 정부가 직접 조선업 지분을 확보한다면, 한국 투자와의 조율 여부가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앞서 미국 정부는 인텔과의 합의를 통해 약 8억9000만달러 규모의 보조금 등을 지분으로 전환해 인텔 지분 9.9%를 확보하기로 했다. 이는 현재 주가 기준으로 약 10억8000만달러 규모에 달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전략산업에 대해 지원에 그치지 않고 직접적인 주주로 참여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에 따라 조선업뿐 아니라 향후 다른 분야에서도 유사한 모델이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동시에 투자자들의 불확실성도 키우고 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특정 기업에 지분 참여를 확대할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가능성과, 정부 개입에 대한 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일부 지지층에서도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 투자는 본질적으로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불편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국부펀드 설립을 공언해왔으며, 백악관 측근들은 인텔 투자를 “국부펀드 창설을 위한 선수금”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다만 아직 공식적인 국부펀드는 존재하지 않고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만큼, 실제로 어떤 속도로 추진될지는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조선업 지분 확보 논의는 국부펀드 설계와 맞물려 향후 행정부의 산업 전략 방향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다만 의회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연방정부가 기업을 매입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 개입이 시장경제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칩스법을 설계한 토드 영 상원의원 역시 “법의 취지는 지분 확보가 아니라 경제·안보 강화를 위한 지원”이라며 반복적 적용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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