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규제 확산속 켈로그, 페레로 품으로

2025-08-28 13:00:02 게재

인공색소 시리얼 침체 소비자 요거트·단백질바

이탈리아 초콜릿 대기업 페레로가 미국 시리얼 업체 WK켈로그를 약 30억 달러에 인수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HA=Make America Healthy Again)’ 정책과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의 인공색소 퇴출 압박이 겹치면서, 미국 가공식품 업계 전반이 대규모 재편을 맞고 있다.

페레로는 지난 6월 미국 시리얼 공장을 돌며 현황을 점검한 뒤 정치·재무 리스크를 반영해 초기 제안보다 약 7500만달러 낮춘 31억달러 규모로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7월 10일 WK켈로그 이사회는 매각을 승인했고, 경쟁에 참여한 사모펀드를 제치고 거래가 성사됐다. 켈로그는 이와 동시에 2027년까지 모든 제품에서 인공색소를 제거하겠다고 발표했다. 카프리, 제너럴밀스, 네슬레, 마즈 등 글로벌 대형 업체들도 잇따라 무색소 계획을 내놓으며 업계 전환이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업계 대표단체인 컨슈머브랜즈협회는 회원사 전반에 2027년 말까지 색소 퇴출을 권고했다.

켈로그는 1906년 창립 이후 미국 가정의 아침식탁을 상징해왔다. 비타민 강화 시리얼을 개척했고 2차 대전 당시 미군 전투식량을 생산했으며, 대표 브랜드 후르트 루프와 토니 더 타이거는 세대를 거쳐 친숙한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10여 년간 요거트, 단백질바, 쉐이크 등으로 아침 식습관이 바뀌면서 시리얼 소비는 급격히 줄었다.

닐슨IQ에 따르면 지난해 8월까지 1년간 미국 즉석 시리얼 지출액은 전년 대비 1억9700만달러 감소했다. 민텔 조사에서도 고당 시리얼을 소비하는 성인은 2023년 39%에서 올해 31%로 떨어졌다.

실적 악화는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2023년 켈로그 본사는 북미 시리얼 부문을 WK켈로그로 분리하고, 스낵 사업은 켈라노바라는 별도 법인으로 떼어냈다.

하지만 매출 하락세가 멈추지 않자 결국 매각을 선택했다. 페레로는 2019년 키블러 쿠키 사업을 13억달러에 인수했고, 버터핑거와 블루버니 아이스크림 등 미국 브랜드를 잇따라 사들이며 현지 입지를 넓혔다. 이번 거래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페레로는 유럽에서 이미 강화된 규제에 적응한 경험이 있어 켈로그 제품 재배합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본다. 캐나다 공장에서 후르트 루프를 당근, 수박, 블루베리 등 천연 착색료로 생산하고 있어 미국 제품 전환 역시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공식품 업계는 이미 흔들리고 있다. 소비자들의 건강 추구, 체중감량제 확산, 초가공식품 기피가 겹치면서 포장식품·육가공 S&P 지수는 지난 1년 16% 하락했다. 반면 전체 증시는 14% 올랐다. 주요 기업들은 브랜드 매각과 CEO 교체로 대응 중이며, 크래프트 하인즈는 회사를 둘로 쪼갰고 올해만 5곳 이상이 최고경영자 교체 계획을 발표했다.

거래 성사 직후 케네디 장관은 후르트 루프가 드디어 상식으로 돌아섰다며 더 많은 기업의 동참을 촉구했다. 켈로그 측은 공장 투자와 고용은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전통 시리얼의 미래가 밝지 않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MAHA가 단기적으로는 원가 상승과 규제 부담을 불러오지만, 성분 투명성과 건강성을 강화하는 브랜드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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