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주석, 마오쩌둥 이후 최대 군부 숙청
충성파 장성들까지
권력 집중의 그림자
지난 4월 2일 중국 베이징의 공원에서 열린 나무심기 행사. 매년 봄이면 중앙군사위원회(CMC) 고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상징적 행사에서 올해는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CCTV가 방영한 행사 영상에 시진핑 국가주석은 등장했지만 그의 오른팔로 불렸던 하웨이둥 부주석은 보이지 않았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이를 ‘하웨이둥 실각의 신호’로 해석하며 시 주석이 마오쩌둥 이후 최대의 군 내부 숙청을 단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웨이둥은 시진핑이 2022년 제3기 집권을 시작하며 파격적으로 발탁한 인물이다. 특히 그는 시 주석과 후진 시절 푸젠성에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충성파 중의 충성파’로 간주됐다.
하지만 지난 3월 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을 마지막으로 모습을 감춘 그는 현재까지도 공식 석상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하 부주석의 사례는 단순한 인사 교체가 아니라 시 주석이 자신의 손으로 세운 장성들까지 제거하고 있는 구조적인 권력 정비 작업의 일환이다.
일례로 2012년 집권 이래 시진핑이 직접 승진시킨 장군 79명 중 14명이 실종되거나 조사를 받고 있으며, CMC 구성원 수도 7명에서 4명으로 줄었다. 이는 문화대혁명기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의 공백이다.
숙청의 시작은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로켓군 사령관 리위차오가 예고 없이 교체되면서 군 내부 이상 징후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로켓군은 중국 핵전력을 총괄하는 핵심 부대다. 이후 장비발전부가 위챗 공식 계정을 통해 내부 비리를 자진 공개하면서 ‘2017년 이후 누적된 기밀 유출 및 사조직 운영’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블룸버그는 이를 “단순한 부패 척결이 아니라 충성도 재점검에 가까운 정치적 숙청”이라 평가했다.
구조적 숙청은 과거 어느 주석도 시도하지 않았던 조치다. 장쩌민과 후진타오는 재임 중 자신이 임명한 장군을 단 한 명도 조사하지 않았던. 반면 시 주석은 자신이 임명한 장군 중에서도 의심스러운 인물을 가차 없이 제거하고 있다.
이번 군부 숙청은 국제 사회에서도 예의주시하는 사안이다. 9월 3일 예정된 군사 퍼레이드는 2019년 이후 처음 열리는 대규모 열병식으로 중국이 대만 및 미국을 염두에 둔 최신 무기 체계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외신의 주요 관심은 무기보다 열병대 상단에서 시진핑 주석과 나란히 설 새로운 군 수뇌부에 집중될 전망이다. 누구와 함께 등장하느냐가 곧 권력의 향방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CMC 구성원은 현재 시진핑을 비롯해 장여우샤, 류전리, 장성민 등 단 4명이다. 이들 모두 시 주석과 정치적으로 밀접한 인연을 가진 인물로 다양한 전투 경험보다 ‘충성심’이 인사 기준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닐 토머스 연구원은 “시진핑은 후계자 문제에 대해 어떠한 신호도 주지 않으려 한다”며 “오는 10월 열리는 공산당 4중전회에서 민간인이 CMC에 새로 임명된다면 이례적인 후계자 사인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이 같은 숙청이 오히려 전투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 국방대학교 조엘 우스나우 박사는 “고위 장교들이 자신의 부대나 장비 결함을 상부에 보고하기를 꺼릴 수 있으며, 이는 실전 상황에서 큰 리스크가 된다”고 경고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