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장악하면?

2025-08-28 13:00:03 게재

FT “쿡 이사 해임 시도,

연준 통제권 강화 의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인 리사 쿡을 해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미국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둘러싼 법정 다툼이 본격화되고 있다.

쿡 이사는 즉각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고, 이번 사건은 미 연준의 향후 권한 구조를 가를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을 자신의 통제 아래 두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으며, 이번 쿡 해임 시도는 그 첫 단추라는 평가다.

연준은 워싱턴 본부의 이사회 7명과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로 구성된다. 통화정책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결정되는데, 여기에는 이사회 전원과 뉴욕 연은 총재, 그리고 나머지 11개 지역 연은 총재 중 4명이 순환제로 투표권을 행사한다. 비투표 총재들도 회의에는 모두 참석해 의견을 내며, 정책은 과반수 표결로 결정된다.

따라서 대통령이 의장을 교체하더라도 다른 이사들과 지역 연은 총재들의 견해가 다르면 금리 방향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

FT는 쿡 이사 해임 시도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사회는 5년마다 지역 연은 총재들의 연임 여부를 승인할 권한을 갖고 있는데, 내년 2월에는 12개 연은 총재 전원이 재승인 투표를 앞두고 있다. 만약 이 과정에서 트럼프 측 인사들이 다수를 차지한다면, 연준의 구조적 균형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이 같은 정치적 압박은 연준의 신뢰도를 훼손할 수 있다. 이사진 교체 등으로 단기적으로 금리를 낮출 수 있겠지만, 장기 국채 금리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최근 미 국채시장에서 2년물과 30년물 금리 차가 3년 만에 최대폭으로 벌어졌다. 이는 투자자들이 향후 인플레이션 위험과 금리 변동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수석 경제학자 스티븐 브라운은 “대통령이 사실상 금리를 직접 정하는 체제에 근접하고 있다”며 통화정책의 정치화를 우려했다. 또 “이로 인해 장기 금리가 불확실해지고, 결과적으로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테이트스트리트투자운용의 투자전략가 마이클 아론은 “미국은 재정적자를 충당하기 위해 막대한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며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결과 장기 금리는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높고 변동성이 큰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는 쿡 이사의 문제를 넘어 결국 연준의 독립성이 시험대에 오른 사건으로 평가된다.

법원의 판단이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줄 경우, 다른 연준 이사들 역시 해임 압박에 놓일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진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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