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모빌 3년 만에 러시아 사업 길 열리나
러, 서방 자본 유치 필요
트럼프 취임 후 물밑 협상
엑손모빌이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와 비밀리에 접촉해 러시아 극동 사할린 유전 사업 복귀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결별했던 서방 최대 석유기업이 다시 협력할 경우 미·러 관계 회복의 상징이 될 전망이다. 최근 알래스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회동하며 양국 간 경제 협력을 언급했지만, 실제로는 이미 에너지 대기업들이 비공식 채널을 통해 복귀 청사진을 마련한 상태였다.
엑손 고위 임원은 올해 들어 로스네프트와 비밀리에 만나 사할린-1 사업 복귀 가능성을 협의했으며, 이는 두 정부가 평화 합의의 일환으로 승인할 경우 실행될 수 있다. 협상은 닐 채프먼 수석부사장이 이끌었고, 극소수만 내용을 공유했다. 엑손은 철수 직후부터 재무부 허가를 받아 러시아 측과 좌초자산 협의를 이어왔으며, 최근 대런 우즈 최고경영자도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 복귀 문제를 논의했다.
사할린-1은 엑손이 1995년 계약해 주도한 대표 투자 사업으로, 일본과 인도 기업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 침공 이후 엑손은 철수를 선언하고 40억달러 이상 손실을 반영했지만 모스크바가 매각을 차단하고 지분을 몰수했다. 엑손 복귀는 크렘린의 서방 자본 유치에 큰 성과가 될 수 있으나, 이는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 합의를 성사시키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올해 1월 트럼프 취임 이후 논의가 급물살을 탔고, 2월 미·러 정부 당국자들이 사우디 리야드에서 공개적으로 종전 협상을 시작했다. 같은 시기 채프먼은 카타르 도하에서 푸틴 측근인 세친 로스네프트 최고경영자와 비밀리에 만났다. 세친은 미국 제재 대상이지만 엑손은 특별 허가를 받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이 지난 8월 15일,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엘멘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역사적인 첫 공식 회담을 가진 직후, 푸틴 대통령은 외국 기업이 사할린 운영사 지분을 다시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하며 길을 열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