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참사’ 비판하지만 입장 애매한 국힘
‘트럼프 특검 수사 거론’ ‘의전 논란’ 등 지적
‘한미동맹 중시’ 보수정당으로 난타전은 곤란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의 순방 외교를 ‘외교 참사’로 규정하며 비판하고 있지만 비판 대상은 외교관계의 큰 틀보다는 의전이나 실무적인 부분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한미동맹을 핵심 안보 가치로 내세우는 보수 정당으로서 이번 회담에서 한미 정상이 우호적 동맹 관계를 재확인한 것을 두고 왈가왈부하기는 어려운 만큼 ‘트럼프 SNS 숙청 글 게시’ ‘의전 홀대 논란’ 등을 문제 삼고 있는 것.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한미 동맹 강화, 한미일 협력, 일본과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이야기했을 때 국민의힘은 ‘사탕 발린 소리에 불과하다’며 ‘언제 그랬냐는 듯이 손바닥을 뒤집듯 입장을 바꿀 것’이라고 깎아내렸지만 이번 3박6일 순방에서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의 예상과 달리 전향적인 외교를 펼쳤다.
한일정상회담에서도 이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에 집중하기보다는 양국간 미래 협력에 더 무게를 뒀다. 중도보수를 표방한 이 대통령이 외교에서도 실용적 자세로 접근하면 보수정당 국민의힘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27일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일본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이미 해결됐다는 말로 넘어갔다”며 진보 진영에서 내놓을 만한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미정상회담에서 국민의힘이 문제 삼는 부분은 의전 홀대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정치 상황 관련 인식 등이다.
이와 관련 27일 김 건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한국의 교회 압수수색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답지 않다”고 지적한 것은 뼈 있는 말”이라면서 “이는 단순한 발언이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내정 문제가 거론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된 세특검의 경쟁적 수사 행태가 제3자의 시선에서 볼 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같은날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정상회담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던진 SNS 메시지는 우리에게 매우 충격적이었다”면서 “경위를 차분히 파악할 필요가 있으나, 미국이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을 유의해 지켜보고 있음을 드러낸 대목”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의 부담을 키운 ‘퍼주기 외교’였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나 의원은 “지금까지 어떤 문건도 공개되지 않았다. 무엇이 서명·합의되었는지 알 수 없다”면서 “간간이 드러난 조각들을 종합하면 이번 회담은 ‘퍼주기 협상’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28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신동욱 최고위원은 “결국 우리기업들에게는 한국돈으로 210조원에 달하는 추가 부담을 안긴 것, 이게 참사가 아니면 무엇이냐”라고 비판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