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식당 ‘대표 음식’ 구청이 함께 만든다
강북구 골목상권 지원 정책 일환
전문가 연계, 소규모 점포 맞춤형
“찬바람이 불면 매출이 조금 떨어져요. 족발에 곁들일 따뜻한 음식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젊은층은 매운 맛을 선호합니다. 청양고추와 후추를 곁들이면 어떨까요?” “겨울에는 무가 맛있어요. 배추와 함께 무도 넣어 국물 맛을 내면 좋겠는데요.”
서울 강북구 수유동 ‘빨래골마을사랑방 수다’. 미아동 솔샘시장과 수유동 어진이골목시장, 삼양동 솔매사랑길 등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상인들이 음식을 내놓고 ‘맛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새롭게 개발한 요리다. ‘국물이 좋다’거나 ‘가성비 있다’는 평에는 상인들 얼굴에 화색이 돌았고 ‘술 안주로는 밍밍하다’거나 ‘바삭한 식감이 아쉽다’는 지적에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28일 강북구에 따르면 구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23년부터 ‘골목상권 특화 메뉴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골목상권 경쟁력을 높이고 주민과 방문객들에게 차별화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시도다. 특히 매장에서 판매하기 전에 전문가를 초빙해 시식회를 열고 개발한 음식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들려주며 완성도를 높이도록 한다.
각 식당 매출을 끌어올릴 음식 개발은 올해 초부터 준비해 왔다. 지난 5월 참여 점포를 모집했는데 총 16곳이 신청을 했다. 외부 전문가 심사를 거쳐 9곳을 최종 선정했고 6월과 7월에는 요리사 자문을 거쳐 어떤 음식을 선보일지 구체화했다. 구는 “골목상점가 식당이 대부분 1인 운영체제라 아주 색다르고 이색적인 음식을 개발하기보다 현재 판매하고 있는 것을 조금 응용하는 형태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시식회는 석달여에 걸친 노력의 결과물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저녁에 불고기 손님이 많은 식당에서는 점심에 내놓을 쭈꾸미덮밥과 제육덮밥을 내놨고 건강한 반찬을 판매하는 가게에서는 저속노화 흐름을 반영한 월남쌈과 저염 땅콩 소스를 준비했다. 맥줏집에서는 고객들이 직접 구워 먹는 닭갈비를, 시장 상인들도 즐겨 찾는 전집에서는 국수 전골을 개발했다.
이순희 구청장을 비롯해 유명 요리사와 지역 상인회 회장까지 6명이 시식위원단으로 참여했다. 현장에서 준비하는 과정부터 지켜보며 음식을 맛보고 재료나 현재 판매 중인 제품과의 조화, 완성도를 높일 방안 등에 대해 조언하는 자리였다.
따뜻한 덕담뿐 아니라 날카로운 지적도 이어졌지만 시식회를 마친 상인들 표정은 밝다. 겨울용 스지전골을 개발한 족발집 대표는 “수정할 부분을 얘기해줘 더 좋다”며 “조언해준 대로 매운 양념장 등을 곁들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년층과 중·고생 고객을 노린다는 돈가스집 사장은 현재 판매 중인 우동에 김치를 더하고 돈가스를 얹은 김치 나베를 개발했다. 그는 “매일 연습하고 가게에 오신 손님들을 대상으로 시식하면서 준비했다”며 “쫄깃한 우동 면발, 면 대신 밥을 넣는 방식도 연구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강북구는 다음달 중 또한차례 전문가 자문을 진행해 개발한 음식들 완성도를 더 높일 계획이다. 연말까지 누리소통망을 통한 홍보와 현판 부착 등을 진행해 각 식당과 대표 음식을 알려나갈 예정이다. 지역 축제와 연계한 판매도 구상 중이다.
이순희 강북구청장은 “상권의 매력은 ‘여기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에서 시작된다”며 “1인 점포 사장님들이 어렵게 시간을 내 개발한 대표 음식이 자리를 잡아 골목상권이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