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탄’ 국힘 지도부 명분 삼아 민주당 ‘독주’ 고수

2025-08-28 13:00:04 게재

필리버스터 무력화에 국힘 추천인사도 입맛따라 ‘부결’

국힘 “민주당 동의하지 않으면 이제 아무것도 못하는 건가”

3대 특검 연장법·3대 개혁법·예산안 등 ‘일방통행’ 가능성

민주당 “내란정당과 같이 못해” … 정당지지율 추이 주목

국민의힘 지도부가 ‘반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인사들로 채워지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외부 비판에 대한 부담이 줄면서 ‘입법 독주’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수야당인 국민의힘의 저항이었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의한 의사진행 방해)’마저 무력화된 상황에서 국민의힘 추천 몫이었던 ‘인권위원’ 마저 부결시키면서 ‘거대여당의 힘’을 보여주기도 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 정책조정회의 발언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28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앞으로의 국회운영과 법안 문제는 대통령실이나 정부와 여당의 조율과 합의가 핵심”이라며 “야당과도 협의를 할 수 있겠지만 ‘묻지마 반대’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야당과 합의를 고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대통령 권한대행들’의 거부권 행사 법안을 모두 통과시키면서 민주당은 ‘살라미 전법’으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소수 야당이 쓸 수 있는 최후의 방어전략마저 시간만 늦출 뿐 궁극적으로 장애물이 되지 못함을 보여줬다. 물리적 저항은 국회 선진화법에 의해 막아놓은 상황에서 과거 선진화법 위반으로 기소돼 재판 중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다수라는 점에서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수단이다. ‘인권위원 부결’은 국민의힘(제1 야당)의 몫이었던 추천권마저 국민의힘의 것이 아님을 드러냈다. 민주당은 전날 본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국민의힘이 추천한 두 인권위원에 대한 승인의 건을 부결시켰다.

국민의힘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법이 각 정당의 추천권을 인정한 것인데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이제 아무것도 못하는 건가”라고 했다.

민주당은 ‘반탄 지도부’와 ‘인권 감수성이 없는 인권위원 추천’이나 ‘대안없는 묻지마 반대’ 등으로 일관하는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여론의 저항이 크게 무뎌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독주’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따라서 민주당은 앞으로 ‘3대 특검법 수정안’과 함께 검찰, 사법, 언론 등 3대 개혁법을 다음달 25일에 통과시키겠다는 입법 스케줄을 제시했고 대부분 이대로 이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과제 입법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내년 예산안 역시 법정 기한인 12월 2일까지는 통과시키겠다는 기조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의 반대는 고려대상이 아닌 셈이다.

다만 법안, 예산 등 민주당의 입법독주는 정당 지지율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면접조사인 한국갤럽의 지난주(8월 19~21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44%로 25%에 그친 국민의힘을 크게 앞섰다.(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 대상) 격차가 다소 좁혀졌지만 한국갤럽은 “이는 임박한 국민의힘 전당대회 영향”이라며 “2023년 3월에도 비등하던 양대 정당 지지도가 국민의힘 전당대회 직전 최대 10%p까지 벌어졌다가 사후 원위치한 바 있다”고 했다.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된 에너지경제신문-리얼미터의 정당지지도 조사(21~22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 대상)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전주보다 5.9%p 오른 45.8%, 국민의힘은 1.2%p 떨어진 35.5%를 기록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수도권 재선의 민주당 모 의원은 “국민의힘이 내란당 이미지로 계속 갈 경우 민주당은 내란정당인 야당과 같이 못할 뿐만 아니라 염두에 두지 않고 국회를 운영할 것”이라며 “앞으로 민주당은 계획대로 입법 등을 처리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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