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고비 넘긴 이 대통령, 민생관리 시동
트럼프와 한미정상회담 놓고 ‘긍정’ 평가
지지율 관리-내년도 예산안 등 당면과제
“장동혁 대표와 회동 즉시 추진” 지시
3박 6일간의 일본·미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이재명 대통령은 바로 민생 관리에 시동을 건다. 외교전 최대 고비를 안정적으로 넘겼다는 평가를 받은 만큼 이번 성과를 동력 삼아 내년도 예산안 통과, 지역별 타운홀 미팅 재개 등 경제·민생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에 대해 대통령실은 “성공적인 정상회담이었다. 영화로 보면 극적 반전이 있는 잘 찍은 화제작”이라고 평가했다. 민감한 현안을 뒤로 미뤘다는 점은 한계지만 양국 정상의 우호적 분위기가 확인된 만큼 이후 협상도 좀 더 상호호혜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느껴진다.
이 대통령이 승부수로 내건 북미회담 제안과 방미 전 방일로 한미일 협력을 강조한 부분은 제대로 먹혀들었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의 북미 대화 재개 제안에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 APEC 정상회의 참석 의사를 밝히는 등 깊은 관심을 보였다.
정상 간 회담에서 모호한 부분으로 남긴 경제 통상 분야 세부 협의 등은 실무진 간 후속 협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현지 브리핑에서 기존 3500억달러 금융 패키지과 관련해 “양국은 10차례 넘게 장관급 협의를 지속해 오고 있고, 어제 저도 러트닉 상무장관과 2시간 가까이 협의를 진행했다”면서 “양국 간 합의가 상당 부분 진전돼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을 중심으로 금융위,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이 참여하는 실무TF를 구성해 세부적인 실행방안을 미측과 계속 더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한미간 협상의 특성에 대해 “트럼프 시대의 뉴노멀은 협상이 끊임없이 이뤄진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정상 간 합의문이 왜 없냐고 하는데 혹시 한두가지 합의문을 썼다 해도 바로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이야기를 하면 또 새로 시작되는 게 트럼프 협상의 특징”이라면서 “끊임없이 협상의 안정화를 꾀해 가야 한다는 이야기”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귀국 당일인 28일 특별한 공개일정 없이 순방 성과 정리 및 국내 정치 현안 등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29일에는 내년도 예산안을 논의하는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귀국 후 첫 메시지를 낼 예정이다.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지만 주식양도세 등 세수 증대 방안을 놓고 여론 반발이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새로 선출된 국민의힘 지도부와 관계 설정 문제도 당장의 현안이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전날 장동혁 신임 국민의힘 당대표에게 축하 난을 건네며 대통령과의 만남을 제안했다. 우 수석은 “대통령은 야당과의 대화를 매우 중시한다”면서 “앞으로 주신 말씀은 경청하고 대통령께 전달해 국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 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 이후 하락세를 보여온 지지율 관리도 과제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