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중국 바이오, 패러다임을 바꿔야 수익이 보인다
“중국 바이오, 언제 오르나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되묻는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사고 있습니까?” 지난 3년은 중국 제약 바이오 섹터가 세계 어느 시장보다 극단적인 사이클을 드러낸 시기였다. 팬데믹 국면에서 ‘신약 자립’ 구호와 홍콩거래소 Chapter 18A(적자 바이오 상장 허용) 완화가 맞물리며 수십 개 기업이 단숨에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2022년 이후 약가 인하, 규제 강화, 미중 기술 갈등, 고금리 환경이 겹치자 주가는 60~90%씩 증발했다. 이 장면을 "끝”으로 이해하면 투자는 멈춘다. 달리 봐야 한다. 지금은 ‘무엇이 꺼졌고 무엇이 다시 타오를지’를 가려내는 패러다임 전환의 입구다.
단일 파이프라인에서 ‘플랫폼 생태계’로
그동안의 중국 바이오 투자는 한두 개 후보물질에 베팅하는 ‘종목의 게임’에 가까웠다. 임상 지연 한번이면 기업가치가 반 토막 나고, 허가 소식 하나에 천당지옥을 오갔다. 이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제는 후보물질의 성패가 아니라, 여러 파이프라인과 파트너 고객 네트워크를 묶어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플랫폼’을 봐야 한다. 대표적 사례가 위탁생산(CDMO)/위탁개발(CMO), 항체 약물접합체(ADC) 등 바이오로직스 플랫폼, 의료기기 종합기업, 그리고 온라인 진료 의약 유통을 묶은 디지털 헬스 플랫폼이다.
이 기업군은 단일 신약의 운명에 좌우되지 않는다. 수십, 수백 개 파트너와의 장기 계약, 반복되는 생산 공급, 임상 스폰서 풀의 확대가 현금흐름의 내구성과 가치 재평가의 여지를 동시에 키운다. 투자자는 “그 회사가 무엇을 ‘발명’했는가”보다 “무엇을 ‘반복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가”를 먼저 묻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테마 따라가기’에서 ‘구조적 패턴 읽기’로
중국 바이오의 주가는 종종 뉴스 헤드라인보다 정책-금리-환율-수급의 구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H주(홍콩) vs A주(상하이 선전) vs ADR’의 상대 수익률, 본토↔홍콩 간 남북자금(Southbound/Northbound) 흐름, 보험 등재 리스트 변경, 약가 협상 캘린더, 임상 2/3상 변곡점 등은 모두 섹터 차원의 리듬을 만든다.
팬데믹 시기의 진단키트/백신 급등, 중앙집중 약가협상 개시 직후의 중소형 급락, 금리 고점 논쟁과 함께 찾아온 기술주 반등 등은 ‘뉴스’가 아니라 ‘패턴’이었다. 학습해야 할 것은 개별 이슈가 아니라, 그 이슈가 언제 다시 반복되는가다.
중국 바이오는 국가전략의 한 축이지만, 국가의 개입은 시장을 돕기도, 망치기도 한다. 국산화 목표 상향은 로컬 플랫폼의 성장에 유리하지만, 강도 높은 약가 통제는 상업화 직전 기업의 수익성을 훼손한다.
‘정부 의지’에서 ‘시장 거버넌스’로
“호재/악재” 이분법을 넘어 정책이 각 비즈니스 모델의 수익 루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역산해야 한다. 동시에 우리는 정부보다 거버넌스를 봐야 한다. 투명한 공시, 파트너십의 질, 자본배분 원칙, 해외 규제 대응능력은 ‘정책의 바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기업만의 체력이다. 정책은 방향을 제시하지만 결과를 만드는 것은 거버넌스다.
현실적으로는 ‘코어–그로스–이벤트–새틀라이트’의 4중 구조가 유효하다. 실전 운용 기준에서 코어–그로스–이벤트–새틀라이트의 균형을 전제로 하면, 코어축은 WuXi AppTec(글로벌 CDMO 네트워크·현금흐름 내구성)과 CSPC Pharma(제네릭·항암 생산능력·배당 매력)로 방어막을 세우고, 성장축은 Akeso(이중항체·보험등재 확대)와 Innovent Biologics(항암 포트폴리오·라이선스 파이프라인)로 확장성을 담되 JD Health(온라인 진료·의약 유통)의 디지털 채널을 소량 가미한다.
RemeGen(9995.HK)은 HER2 표적 ADC ‘Disitamab Vedotin’의 글로벌 전개로 라이선스·M&A 모멘텀을 품은 기업이기에 주목하자.
이벤트축은 Zai Lab(글로벌 파트너십·허가/임상 촉발)과 WuXi XDC(ADC 플랫폼·바이오로직스 밸류체인 레버리지)로 촉매 노출을 확보하고, 새틀라이트 축은 BGI Genomics(유전체·정밀진단)와 RemeGen(ADC 신약)으로 2~3년 콜옵션을 부여한다. 이 조합은 “현금흐름 안정–플랫폼 확장–촉매 대응–차세대 옵션”의 4중 엔진을 갖추어 금리·환율·정책 변동에 회전형 리밸런싱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Junshi Biosciences(1877. HK)는 ‘중국판 모더나’ 잠재력을 확보하고 있기에 주목해보자.
TC Medical(600763.SH)은 전국 구강클리닉 B2C 현금창출 모델로 경기·정책 변동완충 역할을 하기에 저위험 대체로 방어막을 두텁게 한다. 중요한 것은 중복 노출을 줄이는 설계다. 이미 CDMO 비중이 크다면 동일 노출을 추가하기보다는, 진단-치료-생산의 분업적 시너지를 만들 유전체 분석(예: 대형 NGS 기업), B2C 의료서비스(예: 민간 치과 네트워크) 같은 보완축을 여는 편이 전체 포트의 샤프비율을 높인다. 항체·ADC 파이프라인을 가진 기업을 하나 더 살지, 그 파이프라인과 서로의 가치를 증폭시킬 수 있는 파트너형 기업을 고를지의 차이다.
위의 포트폴리오 기업들은 치료(항체·ADC)–진단(NGS/AI)–수술(로봇)–서비스(B2C 병원)의 사슬을 닫아 현금흐름 안정–플랫폼 확장–촉매 대응–장기 옵션의 4중 엔진을 완성하고, A/H 괴리·환율·정책 뉴스로 흔들릴 때 규율적 리밸런싱을 가능하게 한다.
지정학을 ‘리스크’가 아니라 ‘알파’로
중국과 중동 간의 보건의료 협력은 빠르게 제도화되고 있다. 백신 의료기기 공급망을 보유한 종합 유통·제조 그룹, 저소득국 공급 플랫폼과 연결된 백신 개발사는 외교자산과 정책금융이 만나는 접점에서 알파를 낼 수 있다.
지정학을 피하기만 하면 기회가 사라진다. 충분히 분산된 비중으로, 그러나 의식적으로 담아 ‘정치적 뉴스에 의해 가격이 과도하게 흔들릴 때’ 기계적으로 리밸런싱하는 규칙을 갖추자.
AI×바이오: 다음 사이클의 동력
AI기반 신약탐색, 영상진단, 임상의사결정지원(CDSS)은 이미 중국 병원과 제약사의 실사용 데이터 위에서 커지고 있다. 아직 매출 절대규모는 작지만 임상 설계 단축과 타깃 발굴의 효율성 향상은 플랫폼 기업들과 결합될 때 현금화 속도가 빨라진다.
A주와 H주를 함께 보라
동일 기업이라도 A주와 H주의 밸류에이션은 구조적으로 다르다. 리테일 비중이 높은 A주는 정책 변화에 빠르게 반응하고, 외자 접근성이 높은 H주는 글로벌 리스크에 더 민감하다. 두 시장의 괴리는 위기마다 벌어지고, 회복기마다 축소된다. 양시장을 병행해 스프레드가 확대될 때 저평가 쪽을 사들이는 규율은 중국 바이오처럼 사이클이 큰 섹터에서 특히 유용하다.
위기는 끝이 아니라 ‘선별의 시작’
중국 바이오는 플랫폼 재편 국면에 들어선 업종이다. 우량 플랫폼의 밸류에이션은 미국 동종 대비 여전히 낮고, 글로벌 자본은 언젠가 이 격차를 메우려 돌아온다. 다만 그 자본은 더 이상 “무엇을 발명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생태계를 운영하느냐”를 묻는다. 중국 바이오 투자의 성패는 신약의 개수가 아니라 플랫폼의 넓이와 깊이, 그리고 불확실성 속에서도 작동하는 거버넌스의 질에서 갈린다.
“언제 오르느냐”는 질문은 시장에 묻는 말이다. “나는 무엇을 사고 있느냐”는 질문은 자기에게 묻는 말이다. 지금 중국 바이오에서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시장이 아니라 우리의 프레임이다. ‘신약’에서 ‘플랫폼’으로, ‘정부’에서 ‘거버넌스’로 프레임 전환을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