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단 조력으로 함께 쓴 외교 문장들

2025-08-29 13:00:03 게재

전직 대사 출신 외교전문가 3인방 맹활약

정태인, 한동만, 유복렬 전 대사 멘토로 참여

시작부터 끝까지 참가자와 함께하며 세심한 조언

외교전문 멘토로 참가한 정태인 전 대사(사진 앞쪽 가운데)가 APEC 백스테이지 참가자들에게 기고문의 구성과 방향 등에 대한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다. 뒤쪽 테이블에는 유복렬 전 대사가 멘토링을 하는 모습도 보인다. 사진 이의종
외교전문 멘토로 참가한 한동만 전 대사가 APEC 백스테이지 참가자에게 진지한 모습으로 조언을 하고 있다.

“최고 전문가이자 오랜 경험을 가진 대사님들께 직접 멘토링을 받으니까 구체적인 도움이 됐을 뿐 아니라 무척 영광이었어요.”

이번 APEC 백스테이지 프로그램이 다른 행사보다 특별했던 이유는 세 명의 전직 외교관 멘토가 있었기 때문이다.

3명의 멘토는 정태인 전 대사(투르크메니스탄), 한동만 전 대사(필리핀), 유복렬 전 대사(카메룬)로 외교 실무는 물론 문화·다자 협력에 정통한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사전 온라인 워크숍부터 현장 프로그램까지 전 일정을 함께했다. 참가자들과 직접 소통하고 주제 구성부터 글쓰기 방향까지 섬세하게 지도했다. 참가자들에게 있어 멘토단은 단지 강연자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문장을 다듬는 공동 창작자였다.

정태인 전 대사는 “신라는 고대 동서 교역의 중심이자 해양 실크로드의 끝점이었다”며 “경주의 역사 속 교류성과 개방성은 APEC의 비전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서간’과 ‘마립간’ 등의 왕호가 유목문화에서 유래했음을 설명하며 참가자들에게 경주를 ‘세계사적 공간’으로 해석하도록 도왔다.

한동만 전 대사는 한국의 고도성장을 이끈 원동력으로 ‘교육’을 강조했다.

그는 체코 출신 참가자에게 “한국과 체코 모두 자원이 풍부하지 않지만 교육과 혁신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며, 자국의 발전 방향과 연결된 기고문을 제안했다.

그의 조언은 참가자들의 시야를 ‘개인 체험’에서 ‘국가적 메시지’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유복렬 전 대사는 “문화는 외교의 출발점”이라며 한복 체험과 나전칠기 공예 등 감각적 경험이 갖는 외교적 함의를 강조했다.

그는 “공공외교는 감정과 이야기로 움직이며, 이러한 현장 체험이야말로 진짜 외교의 문장”이라고 말했다. 또 “참가 학생들의 빠른 흡수력에 놀랐다”면서 “이런 행사야말로 공공외교의 진면목인데 외교부를 비롯한 관계기관들과 부처에서 좀 더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를 했으면 더욱 빛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멘토들은 참가자들의 기고문 초안을 이메일로 받아 직접 수정하고 의견을 남겼다.

한 참가자는 “밤늦게 초안을 보내드렸는데 새벽 5시에 정성스러운 피드백을 받았다”며 감동을 전했다. 일부 멘토는 자신의 외교 경력과 유사한 경험을 나누며, 글의 구조와 논리 흐름까지 함께 조율해줬다.

이처럼 멘토링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었다. 외교 전문가와 유학생이 함께 써 내려간 공동 작업이었다.

멘토와 참가자가 나란히 앉아 기고문 구조를 짜고, 표현을 조정하고, 핵심 메시지를 다듬는 과정은 하나의 ‘외교 실습’이자 ‘글로 쓰는 회담’이었다. 이를 통해 외교가 머리로만 하는 일이 아니라 말과 글과 감정이 함께 가야 하는 일임을 깨달았다.

멘토단은 참가자들에게 마지막까지 진심 어린 당부를 잊지 않았다.

“이곳 경주에서의 경험은 한순간이지만 여러분의 글은 세계로 향할 영원한 외교문서가 될 수 있습니다.”

경주=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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