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연체채권 정리규모 5.7조…12년 6개월 만에 최대
5월 연체율 급상승에 6월 대거 정리 … 0.64%→0.52%로 낮춰
국내은행들이 지난 6월 한달 간 정리한 연체채권 규모가 5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2년 12월 5조8000억원 이후 12년 6개월 만에 최대다.
은행 대출 규모가 크게 늘면서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정리해야 할 연체채권 규모도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2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말 연체율은 0.52%로 전월말(0.64%) 대비 0.12%p 하락했다. 5월말 연체율은 0.64%로 8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통상 은행들이 분기말 상·매각을 통해 연체채권을 대거 정리하는데, 5월 연체율이 급상승하자 그동안 매 분기말 3조~4조원에 그쳤던 연체채권 정리 규모가 6월 5조7000억원으로 급증했다. 5조8000억원을 정리했던 2012년 12월 은행들은 전월 연체율이 1.19%로 급상승하자, 연체채권을 대거 상각·매각했고 연체율은 0.19%p 하락한 1.0%를 기록했다. 2013년 12월에도 5조원의 연체채권을 정리했지만 그 이후 5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월 중 신규연체 발생액은 2조8000억원으로 전월(3조5000억원) 대비 7000억원 감소했다. 신규연체율(6월중 신규연체 발생액/5월말 대출잔액)도 전월(0.14%) 대비 0.03%p 하락한 0.11%로 나타났다.
신규연체 발생액이 줄고, 연체채권을 대거 정리하면서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연체율은 모두 하락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전월말(0.77%) 대비 0.17%p, 가계대출 연체율은 0.41%로 전월말(0.47%) 대비 0.06%p 하락했다.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14%로 0.01%p 하락하는데 그쳤지만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74%로 전월말(0.95%) 대비 하락폭(0.21%p) 이 컸다. 특히 중소법인 연체율은 전월말1.03%에서 6월 0.79%로 0.24%p 하락했다.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66%로 전월말(0.82%) 대비 0.16%p 하락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0.30%)은 0.02%p,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연체율(0.78%)은 0.16%p 하락했다.
연체율이 높은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 대출, 신용대출은 연체채권 정리 에 따른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향후 연체·부실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최근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취약부문을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유지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연체율이 높은 은행을 중심으로 연체·부실채권 상각·매각 등을 통해 자산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