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스터 산업 풍요의 시대 끝나가나?

2025-08-29 13:00:02 게재

“글로벌 열풍이 산업 위협”

남획·기후변화 어획량 감소

랍스터 산업의 호황이 끝나가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랍스터 열풍이 오히려 산업을 붕괴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고, 캐나다 언론인 그렉 머서의 신간 ‘랍스터트렙(The Lobster Trap)’에서는 “풍요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며 ‘피크 랍스터(peak lobster)’ 가능성을 경고했다.

머서는 로드아일랜드, 코네티컷, 아일랜드의 어장이 이미 붕괴했고, 메인 주는 고래 이동 규제와 어획 제한에 시달린다고 전한다. 반대로 캐나다는 규제가 덜해 어획량이 미국의 세 배에 이르고 메인산 랍스터 상당량을 가공하지만, 안정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메인의 2024년 어획량은 8600만파운드로 10년 전보다 31% 줄었고, 어민들은 두 배 가까운 통발을 설치하며 수익을 겨우 유지한다.

수요는 중국이 주도한다. 세계 소비의 45%를 차지하며 ‘보스턴 랍스터’는 중국 연회의 상징이 됐다. 그러나 미·중 갈등으로 25% 관세가 부과되면서 불안정성이 커졌다.

이에 업계는 싱가포르, 베트남, 한국, 필리핀, 대만 등 아시아로 시장을 다변화하려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바이킹스워프(Vikings Wharf)’ 같은 랍스터 뷔페가 성업 중이다.

공급 쪽에서 가장 큰 변수는 기후 변화다. 랍스터는 12~18도 수온에서 가장 잘 번식하지만 이를 벗어나면 생존이 위협받는다. 머서는 “대서양의 청어, 대구, 새우 어업이 이미 붕괴된 상황에서 랍스터마저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수온 상승은 껍질병 확산을 촉진하며, 고온 해역에서 발병 속도가 두세 배 빨라진다. 미국 북동부 해역에는 블랙시배스가, 유럽 해역에는 문어가 늘어나는 등 새로운 포식자도 위협 요인이다. 초기에는 수온 상승이 번식에 유리했지만 이제는 자원을 잠식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내부 갈등도 심각하다. 캐나다에서는 원주민 공동체의 상업적 어업 참여를 둘러싼 충돌이 격화돼 폭력과 방화 사건으로 이어졌다.

동시에 가공 산업은 샹플랭 파이낸셜 코퍼레이션(Champlain Financial Corporation)과 프리미엄 브랜드(Premium Brands)가 다수의 공장을 인수하면서 소수 자본이 시장을 장악하는 구조로 재편됐다.

어부들의 협상력은 급격히 약화됐고, 머서는 이를 ‘카르텔화’라고 지적한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양식업은 아직 요원하다. 노르웨이 업체가 데이터센터 폐열을 활용해 실험했지만 비용이 지나치게 높고, 랍스터 특유의 공격성 탓에 대규모 양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머서는 결론에서 “붐 이후의 삶(Life After the Boom)”을 강조한다. 이는 산업 성쇠의 문제가 아니라 랍스터에 의존해온 해안 공동체의 생존과 직결된다. 대서양 대구 어업 붕괴가 지역사회를 무너뜨렸듯, 랍스터 이후의 삶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어떤 어부는 다시마 양식으로 업종을 바꿨고, 한 이탈리아 기업은 중국에서 버려지는 랍스터 껍질을 활용해 소스를 만드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랍스터 의존을 넘어서는 새로운 생존 전략이 이미 모색되고 있는 셈이다.

현재 랍스터 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머서의 분석을 인용해 “앞으로 랍스터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단백질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메인에서는 랍스터롤 하나가 26달러에 팔린다. 머서는 가격이 높을수록 소비자들이 소고기, 돼지고기 등 다른 단백질로 이동할 것이라 경고한다.

자유 시장에서는 가격 상승이 어획량 확대를 유도하지만, 지금은 남획과 온난화라는 제약으로 그 공식이 작동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미 ‘피크 랍스터’ 시대에 들어선 것인지 모른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양현승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