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금융기관 겨냥 블록체인 결제망 띄운다
CME와 손잡고 시장 시험 2026년 공식 서비스 목표
구글이 은행과 금융회사를 겨냥한 자체 블록체인을 출시하며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구글클라우드 웹3 전략 책임자인 리처드 위드만은 ‘구글클라우드 유니버설 렛저(GCUL)’를 공개하며 기존 서비스와의 차별점을 강조했다고 코인데스크가 28일 보도했다.
위드만은 GCUL을 “빠르고 안전한 중립적 인프라”라고 소개했다. 가장 큰 특징은 파이썬으로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블록체인들이 각자 전용 언어를 요구했던 것과 달리, 개발자들이 익숙한 파이썬을 쓸 수 있어 접근성이 훨씬 높다.
위드만은 “테더가 써클의 블록체인을 안 쓰고, 아디옌(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글로벌 결제서비스)이 스트라이프(미국 대표 결제플랫폼)의 블록체인을 안 쓰는 이유는 서로 종속되기 싫어서”라며 “GCUL은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트라이프의 ‘템포’는 자사 가맹점 결제를 블록체인으로 확장한 서비스이고, 써클의 ‘아크’는 달러 연동 코인인 USDC를 기본 결제 수단으로 써서 빠른 결제와 환전을 제공한다. 각자에겐 유리하지만 경쟁사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구조다.
구글은 이런 틈새를 ‘중립 인프라’로 공략하고 있다. 이미 세계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 CME와 첫 테스트를 마쳤고, CME는 “담보 관리, 결제, 수수료 처리 등 핵심 업무 효율성을 높일 기술적 돌파구”라고 평가했다. 구글은 올해 더 많은 금융기관과 시범 사업을 확대하고, 2026년 정식 서비스를 목표로 한다.
써클은 이미 아크 시범 운영을 시작했고 스트라이프도 내년 템포 출시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구글은 글로벌 클라우드 기반으로 수십억 사용자와 수백 개 기관을 아우르는 시스템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규모가 다르다. 아크는 속도와 환전 편의성, 템포는 가맹점 통합, GCUL은 개발 편의성과 대형 기관용 토큰화에 각각 특화돼 있다.
다만 일반인까지 확산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규제와 금융권의 보수적 성향을 고려하면 개인이 쓰는 결제 수단으로 빨리 퍼지긴 어렵다. 하지만 기관 시장에서는 빠른 도입이 가능하다. 구글의 글로벌 데이터와 AI 서비스까지 연결할 수 있는 인프라는 기존 프로젝트와는 다른 차원의 안정성과 확장성을 제공한다.
결국 구글의 참전은 단순한 신규 서비스가 아니라 블록체인을 기존 금융권과 연결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빅테크들의 블록체인 경쟁이 본격화된 지금, GCUL이 단기적으로는 금융기관 중심으로,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꾸는 핵심 인프라로 성장할지 주목된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