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부과

2025-08-29 13:00:02 게재

국내 제조업 보호 목적

미국 압박에 호응

멕시코 정부가 다음 달 제출할 2026년 예산안에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 조치를 포함하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는 값싼 중국 제품으로부터 국내 제조업을 보호하고, 동시에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는 성격을 지닌다.

관세 부과 대상에는 자동차, 섬유, 플라스틱 등이 포함되며 아시아의 다른 일부 국가 수입품도 적용될 수 있다. 세부 세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이끄는 여권이 상·하원에서 3분의 2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의회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올해 초부터 멕시코에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요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값싼 중국산 상품이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들어온다고 주장하며 압박을 강화했다.

멕시코는 이에 대응해 “포트리스 노스 아메리카(Fortress North America)” 구상을 제시하며, 미국·캐나다와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산 수입을 억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도 이 구상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대미 외교 부담을 줄이면서도 자국 산업 보호라는 명분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이라고 해석한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마켓의 닝 선 전략가는 “멕시코는 미국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자국 제조 기반을 지켜야 한다”며 “경제·외교 정책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는 올해 중국산 자동차 최대 수입국으로 부상했다. 중국승용차협회에 따르면 멕시코는 러시아를 제치고 중국산 차량 최대 시장이 됐다. 현재 멕시코의 중국산 차량 관세율은 최대 20%로, 미국이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차량을 대부분 금지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다.

이에 대해 민간 컨설팅사 에카날의 바네사 라미레스 대표는 “관세가 충분히 높지 않으면 멕시코 기업들이 경쟁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신호를 늦게 보냈다”고 지적했다.

셰인바움 행정부는 이번 조치를 재정 건전성 확보에도 활용하려 하고 있다. 전임 정부가 대규모 지출로 1980년대 이후 최악의 재정적자를 남긴 만큼, 대규모 증세 대신 세수 확대와 관세 인상을 통해 균형을 맞추려는 구상이다.

정부는 ‘플랜 멕시코(Plan Mexico)’를 통해 산업단지 조성과 공공투자를 추진하며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이미 일부 해외산 섬유와 의류에는 추가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또한 미국과 멕시코는 마약 밀매 대응 협상을 진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펜타닐 문제를 이유로 자유무역협정 비적용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해왔으며, 안보 협상이 타결되면 토마토·철강 등 통상 갈등 현안도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대중 관세 강화는 보호무역 흐름 속에서 북미 경제권 재편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중국과의 갈등 심화는 불가피하지만, 멕시코는 이를 통해 북미 공급망의 핵심 국가로 자리잡으려는 전략적 선택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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