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방크, 은퇴자 고용 전문성·경험 활용

2025-08-29 13:00:01 게재

조언·교육·대체근무까지 역할 다양

고용노동부가 올해 안에 법정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과 생산성 저하 우려를 이유로 난색을 표한다. 정년연장은 간단히 입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가 많다. 인건비 지원, 고령자 고용에 대한 선입견 해소 등 다양한 장애를 극복해야 한다.

다양한 계속고용 방안을 찾고 정년 없는 고용까지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독일 도이치방크가 운영하는 경영지원회사(DBMS)는 그 대안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본사를 둔 도이치방크는 70개가 넘는 나라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금융기관이다. 1870년에 베를린에서 설립된 이후 세계 금융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2024년 직원수 8만9700명, 자산총액 약 1조3800억유로다.

도이치방크는 1997년 ‘고용 모자이크’ 개념을 도입하면서 인사부 산하에 경영지원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은퇴한 직원을 프로젝트 단위로 단기 고용해 필요한 부서에 투입하는 역할을 한다. 은퇴자가 희망할 경우 경영지원회사에 지원자로 등록해 일정 기간 근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경영지원회사는 도이치방크에서 쌓은 전문성과 지식이 사장되거나 다른 회사에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경영지원회사를 통해 활동하는 은퇴자의 역할은 다양하다. 은퇴 직후에는 영업관리를 위한 비즈니스 분석이나 비즈니스 도구 개발과 관련한 조언자로 활동한다. 도이치방크를 대표해 협회 등 외부 업무를 수행하거나 일부 교육사업을 수행하기도 한다.

지점의 경우 예상치 못하게 업무량이 증가하면 업무를 지원하고 직원이 휴가 또는 질병으로 자리를 비운 경우 고객상담 업무를 대체하기도 한다. 월말과 연말 결산 같이 업무가 몰리는 시기에 퇴직 동료가 업무를 지원한다.

중장기 프로젝트에서는 은퇴 전 건설금융 전문가가 단기 고용돼 건설금융 포트폴리오와 새로운 비즈니스에 관련된 문의를 처리한 바도 있다. 은퇴한 기업고객 상담원이 금리 및 통화관리에 대한 고객의 관심사항을 유선상으로 파악하고 필요하면 고객센터로 연결해 주기도 한다.

은퇴 인사관리자는 세미나 또는 워크숍에서 교육이나 코칭 업무를 맡기도 한다. 채용행사에서 회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입사에 대해 조언하고 도이치방크의 연례 주주총회에서는 전직 보조원과 기술자가 기술적으로 또는 업무상으로 지원하기도 한다. 은퇴자가 글로벌하게 움직이는 경영진을 대신해 대리투표자로 정기적으로 도이치방크 그룹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바도 있다.

독일은 이미 초고령사회로 기업 내 고령자 비중이 높다. 하지만 이들이 정년퇴직하면 그를 대체할 직업능력을 갖춘 젊은 신입사원을 찾는 게 쉽지 않다. 그렇다고 정년연장은 기업이 여러 가지로 주저하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은퇴자를 유연하게 재고용하는 방식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된다. 도이치방크의 경영지원회사는 은퇴자의 전문성과 경험을 사장시키지 않고 조직에 유용하게 활용한다.

정미경 독일정치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