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초대장’에 국민의힘 “야당 제안 수용” 요구
대통령실, 여야 회동 추진 … 한미 회담 후속대책 등 논의
장동혁 “일방적 홍보자리 안돼” … 대치 출구 찾을지 주목
이재명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 회동을 제안한 것과 관련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야당의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됐느냐’며 반문했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 회동이 강대강 대치 정국의 출구가 되기 위해선 구체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일각에선 지난해 4월 29일 당시 이재명 대표가 윤 대통령과 회동에서 18분간 작심발언을 쏟아낸 장면이 재현될 가능성을 거론한다.
여야는 9월 정기국회 개회를 앞두고 각각 강대강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을 겨냥해 ‘도로내란당’이라며 대립각을 세웠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28일 민주당 의원 연찬회에서 “민주주의 수호 세력과 민주주의 파괴 세력의 전선이 다시 형성된 것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도 대여 강경기조를 유지하기는 마찬가지다. 28일 열린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에서 장동혁 대표는 “이재명정권과 싸우기 위해 전쟁터로 나가는 출정식”이라며 “죽기를 각오하고 맨 앞에 서서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의 대야 강경책에 맞서 국민의힘 새 지도부가 대여 투쟁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국민의힘이 야당 추천 국가인권위원 선출안 부결을 계기로 국회일정 보이콧을 선언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검찰·사법 개혁안 등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3대 특검의 수사가 확대되면서 구속영장이 청구된 권성동 의원을 포함한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갈등을 부추길 요소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여야간 신경전 이상의 대치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안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간 회동을 놓고도 시각차가 뚜렷하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실의 회동 제안에 “정식 제안이 온다면 어떤 형식으로 어떤 의제를 갖고 회담을 할지 협의한 후에 응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면서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여러 사람이 모여 앉아 식사를 하고 덕담을 나누는 영수회담이라면, 영수회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자리가 아니라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정확하게 어떤 합의가 있었는지, 무엇을 주고받았는지에 대한 분명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면서 “야당이 제안하는 것들에 대해 일정 부분이라도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돼 있어야 영수회담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에 대해 “야당이 논의하고 싶으면 어떤 것이든 논의할 수 있다”면서 “이 대통령은 야당과 소통을 해야 한다고 인식 중이고 소통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받았다. 강 실장은 또 “의제가 안 맞아서 못 만나겠다거나 또는 형식이 안 좋아서 못 만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넓은 마음으로, 정치가 국민에게 답답한 부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을 함께 해결해 주는 마음으로 헤아려 주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여야 지도부 회동을 계기로 막힌 정국의 출구를 찾아보자는 취지도 담겨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국정감사나 내년 예산안 심사 등 정기국회를 앞두고 국회 공전이 장기화될 경우 집권세력에 대한 불만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국회 일정 보이콧의 이유로 든 인권위원 선출안 부결 등에 대한 사과나 민주당의 대야 강경 기조 전환 등 구체적 결과물이 나올 수 있으냐가 관건이다. 민주당은 29일 의원 연찬회에서 “과감한 민생·개혁 입법을 관철하고, 사회 대개혁을 완수하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기존 흐름을 유지해 가겠다는 뜻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내란을 종식시키고 민생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시급한 과제 가운데 포기하거나 연기할 내용이 어디 있느냐”고 되물었다. 국민의힘이 여야 지도부 회동을 수용해도 지난 6월 회동 때보다 거친 신경전이 벌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국민의힘 안에선 과거 이재명 대표가 윤 전 대통령과 회동에서 A4 용지 10장 분량의 요구사항을 내놓은 것만큼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명환 박소원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