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대통령 관여 안한다”… 고위당정 막판 조율 예정
빠르면 다음주 정부조직법 발의 … ‘중수청 위치’ 최대 쟁점
“법무부 산하, 제2의 검찰청” … “행안부 산하, 경찰견제 어려워”
민형배, ‘중수청·경찰 같이 있을 때 부작용 대처방법’ 검토 주문
검찰개혁을 둘러싼 정부조직법과 관련해 여당과 법무부가 다른 의견을 제시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국무총리와 여당대표 등이 만나는 고위당정에서 막판 조율을 거쳐 빠르면 다음주 중 당정대가 합의한 정부조직법을 발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쟁점은 여전히 ‘중대범죄수사청’의 위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정기획위는 행정안전부 산하에 두는 방안을 제시한 반면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법무부 산하에 두는 게 견제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해 놓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는 강성지지층들의 ‘검찰에 대한 분노’를 고려해 정성호안에 대해 동의하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9일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법에 대한 원칙적인 언급 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총리와 당대표가 만나 담판식으로 결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다음주에 있을 고위 당정에서 최종 조율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다.
전날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9월 말 진행될 정부조직법 개정에는 전혀 지장이 없고 그 이후에 진행될 다양한 논의들이 이제 시작되고 있는 것”이라며 “내달 7일 고위당정협의가 예정돼 있는데 그때까지 합의가 안 되면 (고위당정을) 한 번 더 열어도 된다”고 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검찰청을 없애는 데엔 정부와 여당이 이견이 없다. 이 대통령과 정청래 당대표가 ‘추석 전’까지 통과시키기로 했던 정부조직법과 관련한 최대 쟁점은 ‘중수청의 위치’다. 보완수사요구권 등 세부 내용은 공소청법, 중대범죄수사청법 등 추가적인 법안을 논의하면서 조율될 전망이다.
정 장관은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로 두면 일반 경찰과 국가수사본부, 중수청이 행안부라는 한 지붕 이래 같이 있는 모습으로 견제와 균형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중수청을 법무부 산하로 두고 공소청과의 인적교류 등을 법률로 차단하면 ‘제2의 검찰청’이 되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민주당을 비롯해 조국혁신당, 정의당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검경수사권 분리를 추진해온 박주민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논의했고 정리했던 수사-기소 분리안과 동일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중수청은 법무부 산하에 두지 않는다”고 했다.
이와 관련 민형배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위 위원장은 박 의원에게 ‘행안부에 검찰(검찰에서 분리한 수사담당 기관)과 경찰이 모두 모였을 때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한 대처방법’을 주문했다. 박 의원 역시 특위 위원으로 정 장관이 지적했던 내용도 검토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검찰의 그림자’라도 제거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수사 개입을 남겨둬선 안 된다는 얘기다. 과거에 검찰의 보여줬던 권한 남용 가능성을 완전히 묶어놓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1%에 해당하는 정치검찰의 행태만 차단하면 되는데 이것을 위해 그동안 쌓아놓은 검찰의 수사노하우 등을 없애게 되면 역량부재로 대규모 경제범죄를 손도 대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과 지역 유지들의 결탁으로 불기소하면 대책이 없다”는 지적도 일반 국민들에게는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읽힌다.
검찰개혁이 국민들의 이해와 직접 연관된다는 점에서 대통령실과 여당은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경수사권 분리를 골자로 한 1차 검찰개혁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면서 정권을 넘겨줬고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에 의해 무력화됐다. 따라서 2차 검찰개혁은 ‘절대로 실패해선 안 된다’는 강박감이 강하다. 재선의 민주당 모 핵심관계자는 “이번 검찰개혁에 실패해 국민들의 안전과 법률 효용성이 떨어지게 되면 지방선거, 총선, 대선 등이 모두 위험해질 수 있다”며 “비록 유예기간을 두긴 하지만 벌써부터 범죄 처리 속도가 너무 느려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가지 않은 길을 가기 때문에 어느 것이 옳은지 알 수 없고 그래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이라며 “여러 안을 오랫동안 검토했고 이중에서 어떤 것을 결정하는 결단의 시간이 올 것”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